亞 '과잉저축 이론'에 반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7.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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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저축률이 금융위기 근본 원인 아니다"

저축을 많이 하는 것이 전세계 유동성을 넘쳐나게 만들어 이번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됐을까.

지나친 저축이 경제 위기를 초래한다는 '과잉저축 이론'이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최근들어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저축률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시아 국가 정부 관계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아시아의 높은 저축률이 전세계 유동성을 넘쳐나게 만들어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만들었다는 이론에 대해 강력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의 느슨한 금융 규제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수파차이 파닛차팍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이날 한 컨퍼런스에 참석, "아시아가 저축을 통해 전세계 나머지 지역이 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역할을 해왔으며, 바로 이 점이 다른 국가들의 사람들이 아시아 저축률이 높은 점에 대해 비난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논란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파차이 사무총장은 "아시아인들은 이러한 이론이 틀렸다는 점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면서 "아시아 사람들은 과도하게 저축을 하지도 않고 소비를 매우 적게 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파차이 사무총장은 "아시아인과 미국인의 진짜 차이점은 미국 소비자들은 지출을 위해 많이 빌리지만 아시아인들은 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수파차이는 "아시아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소비는 GDP의 36%로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수출과 투자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 틀리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와 석유수출국들의 과잉 현금(저축)이 전세계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이른바 '과잉저축 이론'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2005년 FRB 의장을 맡기 전 처음으로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이론을 지지하며 아시아의 높은 저축률이 금융위기를 유발한 요인 중 하나였다고 지목했다.

이 이론을 찬성하는 이들은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가 분명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도 같은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경우 저축률이 낮아지고 소비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후 "저축 불균형 위험보다는 금융 규제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이번 금융 위기는 월가에서 상당부분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로렌스 라우 홍콩 중문대학교 부총장은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가 미국 주택 거품에 기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중국은 2005년까지 무역흑자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무역흑자는 수년간 GDP의 2% 가량 머물다가 2005년부터 5% 규모로 확대됐기 때문에 미국 주택 거품이 쌓이던 시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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