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아니면 꿈도 꾸지 마"

더벨 김참 기자 2009.07.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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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大戰]④ 주요 재벌, 계열 금융사에 퇴직연금 밀어주기

이 기사는 07월02일(15: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컨설팅업체로 HMC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됐다."



지난주 퇴직연금 사업자들 사이에 현대차그룹이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퇴직연금 컨설팅업체를 선정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HMC투자증권이 연금관련 컨설팅업체인 왓슨와이어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컨설팅업체로 선정했다는 그럴듯한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현대차 (239,500원 ▲2,500 +1.05%)그룹의 계열사인 HMC투자증권 (8,870원 ▲30 +0.34%)이 선정되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오해에서 비롯된 소문이었다.



직장인에게 퇴직금이란 은퇴 이후 남은 여생을 보낼 최후의 보루이자 유일한 쌈짓돈. 그래서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운용능력이나 수수료, 서비스와 상품 등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과정은 그렇게 투명하지 못한게 현실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가입 기업간의 이해관계가 사업자 선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중 계열사 밀어주기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335,000원 ▲1,500 +0.45%), 삼성증권 (44,650원 ▲1,150 +2.64%), 삼성중공업, 삼성테스코 등 그룹내 10여사들의퇴직연금 도입 과정에서 삼성계열 사업자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은 제안서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3곳의 계열 사업자에게 적립금을 몰아준다는 얘기다.


지난 2006년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했으며,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을 단독 사업자로 적립금을 위탁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하더라도 계열 사업자에 60% 이상의 적립금 운용을 맡긴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에 없는 그룹사들도 마찬가지다.

GS그룹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시 GS자산운용이 컨설팅 역할을 할 예정이다. GS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퇴직연금 사업자가 없는 만큼 유일한 계열 금융회사인 GS자산운용의 퇴직연금펀드를 사업자들의 퇴직연금 상품에 포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 퇴직연금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LG그룹의 경우도 범 LG계 사업자인 LIG손해보험이 현재까지 도입한 LG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사업자에 모두 선정돼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영업 전략도 바뀌고 있다. 금융 계열사를 두지 않고 있는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들을 추려서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그룹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그룹 측에서는 적립금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우량한기관을 찾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삼성그룹의 경우퇴직연금보험을 운용한 경험이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사업자로 선정한 것을단순하게 계열사 밀어주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G나 GS그룹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없거나 한곳에 불과하지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은 막강한 계열 금융회사를 보유한 만큼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계열사 물량 밀어주기나 교환거래(barter)같은 사례에 대해 법률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가입자별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단지 계열사의 물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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