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유동성 과잉→인플레' 걱정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7.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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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은행권 과잉 대출에 '거품' 일어…피치도 신용등급 내려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은행권의 과잉 대출이 인플레이션을 초래,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베트남 정부가 국책은행들을 중심으로 대출 확대 정책을 펴면서 베트남 경제에 '위험한 거품'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베트남 국책은행들의 시중 대출 규모는 무려 190억 달러.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중 공식 통계상 부실 대출로 파악된 규모는 2.6%. 은행권 대출 확대가 앞으로 부실 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출이 국영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베트남 국영기업들은 과거 무분별한 투자로 경기를 과열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와 대출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국영기업과 수출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단기적 지표로만 볼 때 베트남 경제의 전망은 밝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 경제가 올해 3.3%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변국인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는 비견되는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도 지난 1일 상반기 GDP가 전년대비 3.9% 성장했다고 발표하면서 경기회복 전망을 밝게 했다. 증시 또한 지난 3월 초 이후 86% 상승했으며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시장 전반에 팽배하다. 지난해 중반 물가가 28%까지 치솟았던 두려운 기억이 재현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한편에서 벌어지는 과열 현상은 이같은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하노이나 호치민 등의 대도시 근교에서는 재개발 사업도 붐이 일면서 자산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시장이 좋았던 2년 전보다 6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30일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베트남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과잉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재정의 불균형과 스트레스에 취약한 은행시스템의 문제도 비판했다. 또 부실 대출 비중이 13%까지 이를 수 있다며 대출 보조금 지원 정책 등이 베트남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현지 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보인다. 이들은 특히 베트남 정치권이 가시적인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는 이상 좀처럼 부양정책을 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베트남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지출을 계속 늘리려고 하지 않는 반면 베트남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끝을 맺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베트남 정부는 최근 몇년 동안 경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이제 유동성 과잉과 인플레이션 촉발 등 장기적인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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