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과한 낙관 위험, 부양 늦추면 안돼"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7.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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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년 3% 성장, 인플레-침체 우려 병존"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손성원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


"인플레이션은 잡을 수 있지만, 대공황에 빠져들 경우 치러야 희생은 너무 크다"

손성원 美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을 우려했다. 자칫 글로벌 경기부양 기조가 흔들려서는 대공황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웰스파고 수석부행장과 LA한미은행장을 거쳤으며 2006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한 손교수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과 한국 및 글로벌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주택-고용 하강 지속, 신용경색도 여전

대표적인 경기회복 징후로 거론되는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부터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몇몇 주택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미 주택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캘리포니아 지역 집값도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속내를 보면 아직은 완전한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국영모기지 업체가 보증하는 72만달러 미만의 '컨퍼밍(Confirming) 모기지' 대상 주택들이 주로 소화되고, 차압주택의 매매비중이 여전히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의 자유낙하는 멈췄지만 하강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예상, 미리 대대적인 해고에 나섰던 탓에 고용감소 속도는 줄고 있지만 기업 해고 역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통'인 그는 "아직도 금융창구에서 소비자들의 대출신청 절반이 거부당하고 있다"며 신용경색 역시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 V자형 반등 가능성 낮아...증시 '장기 베어마켓'일수도

따라서 현재로선 V자형 급반등 대신 U자형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손교수는 "무엇보다 무너진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로 인해 각국의 보호주의가 대두되면서 무역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도 조속한 경기회복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V자형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도 단순한 베어마켓(하락장)이 아니라 '장기(Secular) 베어마켓'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공황 당시 주식시장이 일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직전까지 10년 이상 침체가 이어졌듯이 현재의 베어마켓도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베어마켓의 연속 선상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 투자 전략 보다는 '트레이딩(단기 매매)'전략이 오히려 바람직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 美 대공황-日 '잃어버린 10년' 되풀이 해선 안돼

이같은 경기 진단을 바탕으로 손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대적인 부양책을 펴지 않았으면 이미 '대공황'에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이 많이 풀린 탓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햇다.

손교수는 "돈이 풀려도 제대로 돌지 않아 회전률이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기 시작해 회전률이 높아지면 그때 가서 돈을 회수해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14년이 돼야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경기가 살아났다는 좋은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공황이 장기화되고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은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마자 긴축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상기시켰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1933년 취임직후 재정적자를 걱정, 세금을 올렸고 일본 역시 1994년 침체가 시작된지 3-4년만에 긴축으로 돌아섰던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는 지적이다.

◇ 연준 금리인상 내년말쯤 예상



그는 "소방대원들의 첫번째 생존전략은 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난 이후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해서도 염두를 둬야 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 긴축기조로 돌아선 것은 실업률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평균 11.8개월 뒤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10%를 넘어서 내년초 정점에 도달한다면 연준의 금리인상시기는 내년말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벤 버냉키 연준의장의 임기가 내년초 만료되지만 금융시장 안정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버냉키 의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내년 3% 성장 전망...지나친 낙관 위험

한국의 경우 올해는 -2.5% 성장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3% 성장을 달성, 세계 평균 성장률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가능성이 병존한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 내에서 경기회복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이 일고 있는 점을 지적. 경기부양책을 늦출 경우 경기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 은행들의 외자차입이 언제든지 다시 급격히 위축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무역 규모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무역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고용증대와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수 있지만 보호주의 대두가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양 기조 자체를 변경할 것이 아니라 주식투자 증거금을 높이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하는 등 정책수단을 적절히 동원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및 무역적자 지속으로 인해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100원-1200원선에서 균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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