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란' 우려 비정규직법, 왜 표류하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7.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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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마냥 밀어붙이기가…" 민주 "원칙대로, 다만 지원금을 넉넉히"

여야의 대립 속에 비정규직법 개정 협상이 끝내 시한을 넘기고 7월로 넘어왔다. 책임 소재야 어떻든 정치권은 비정규직의 실업대란 사태를 수수방관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게 됐다.

비정규직법의 개정이 계속 표류할 경우 실업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지 현재로선 전망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100만 실업대란설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과 노동계는 30만~40만 가량이 실업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에 상관없이 비정규직법의 표류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 문제는 향후 커다란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네탓공방'에 표류하는 비정규직법=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실업대란을 일으켜 (현 정권을) 식물정권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노동부 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법 시행 전에 해고대란설을 운운하며 사회적 혼란만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몰아 세웠다. 박선영 대변인은 "비정규직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유예만 해 모면하려고 하는 한나라당은 여당 자격이 없다"며 "민주당도 '놀부 심보'로 근로자를 무방비 상태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유예안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여야간 협상 결렬을 반겼다. 우위영 대변인은 "결과적으로 현행법을 시행하게 돼 환영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는 지원책을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좁혀지지 않는 이견= 여야는 시행 유예기간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이달 1일부터 최근 2년동안 근무한 계약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 해지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글로벌 경기침체,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양자택일' 중 계약해지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며 시행 유예안을 들고 나왔다 .

한나라당은 유예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낮췄고, 최근에는 자유선진당의 '1년6개월' 안에 기울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기존 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그 이하만 시행을 연기하는 절충안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과 노동계는 시행 유예 자체를 거부하며 협상 진전을 가로막았다. 법 시행을 미루는 것은 비정규직 근로를 고착화해 '비정규직 양산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사이에 정규직 전환에 따른 지원금 집행계획 등 계약해지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정규직 전환지원금 규모도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에 이 규모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려 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 1조2000억원을 포함해 3년간 3조6000억원을 할당해야 계약해지를 되도록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공 드라이브', 왜 안 먹혔나= 한나라당은 협상이 고착화되자 안상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법 시행 전 마지막날인 지난달 30일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을 찾아가 상임위 상정을 요구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표면상 전력투구하는 모습과 달리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정규직법에 대한 결속력이 생각보다 낮아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은 전체 169명 중 100여명에 그쳤다. 직권상정에 이어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려 했다면 최소한 재적의원 과반수인 150명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처리강행' 의지가 다소 약하다는 분석을 낳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몽골 출국에 친박계 의원을 비롯해 30여명의 의원들이 동행한 것도 누수현상의 한 이유다.

이에 대해 국회 안팎에서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예안'은 기업들이 현 상황에서 계약해지를 주로 선택할 것이란 점을 근거로 삼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도도 동시에 품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모처럼 기세를 올리고 있는 민주당은 '서민정당'이란 입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비록 최근에 전열이 다소 약화됐지만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법 시행을 원칙으로 하되 6개월 유예동안 지원금 확대 등을 준비하자는 방안을 꺼내 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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