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하이닉스 매각 '낙관 vs 비관'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9.07.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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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스크 부각 부담..기술력, D램 경기 회복, SSD 수요 기대 등은 매력적

세계 2위 D램 업체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는 요즘 심정이 복잡하다. D램 가격 상승으로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는 등 긴 불황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채권단이 진행하는 매각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매도자 실사가 마무리된 지 2개월여가 지났지만 첫 단추격인 투자안내서 발송도 못했다.



업계에서는 잠재 인수자 물색 작업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쟁력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D램 산업의 자체 리스크, 자금 사정, 큰 덩치 등이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개월여 투자안내서 발송도 못해=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매각은 지난 4월 초 매도자 실사가 마무리됐지만 다음 일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매도자 실사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면 투자안내문, IM(매각제안서) 등의 발송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경우보다 두 달 이상 매각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잠재 매수자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채권단은 주간사를 통해 매도자 실사에 들어가면서 잠재 매수자를 찾는 작업도 병행해 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 태핑(사전 수요 조사)이 끝나가고 있고, IM 등의 작업도 하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봐가면서 매각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리스크, 큰 덩치 등 부담=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매각이 부진한 이유로 우선 D램 산업에 대한 우려를 들고 있다. D램 시장은 경기 사이클의 등락이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호황 때는 많은 돈을 벌지만 불황 때는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최근까지 유례없이 긴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보다는 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 밖에 △인수에만 수조원이 들어가야 하는 대형 매물인 점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라는 확실한 1위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 △불황으로 인한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 △자금 사정 위축 등도 악재로 꼽힌다.

사려는 쪽에 비해 채권단의 매각 의지가 더 강하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팔려는 의지가 강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 싶어 하는 곳이 있어도 최대한 기다리며 인수전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각 호기..SSD 수요도 기대= 채권단은 이런 난관 속에서도 지금을 '매각의 적기'로 보고 있다. D램 산업이 2~3년 불황을 지나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국면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더 좋아지면 몸값도 높아진다"며 "사는 쪽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사정이 호전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 원 정도로 파악된다"며 "4조원을 주고 사더라도 2조5000억 원에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쌓아서 만드는 SSD(Solid State Drive)가 컴퓨터의 주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를 대체하게 되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급이 급속히 호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낸드플래시 수요가 크게 늘어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낸드플래시 위주로 이뤄지면 반대로 D램 공급이 줄면서 전반적인 수급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SSD는 HDD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무게, 전력소모량, 데이터 처리속도, 안정성 등에서 강점을 지닌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며 "불황기로 인한 설비투자 감소, 대만업체 구조조정 등을 감안하면 D램도 2011년까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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