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와 재매각을 둘러싼 최대 피해자는 물론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면서 핵심 자산인 서울역 대우빌딩은 물론 사업성이 양호한 개별택지와 부동산 등 알짜 우량자산을 모두 내놓았다. 하지만 매각가격이 1조원에 달했던 대우빌딩은 법인세로 4000억원을 날렸고 남은 것은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빚을 갚는데 사용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리스크가 높은 금호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대우건설에 떠넘기려 했던 것도 대우건설을 곤혹스럽게 해왔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고급임대주택단지인 '한남 더힐'이다. 이 단지가 분양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대우건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우발채무를 뒤집어쓸 뻔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데 써왔지만 풋백옵션이란 함정에 빠져 아직도 이자를 내는 상황"이라며 "인수자금을 댄 금융권도 풋백옵션이라는 리스크에 아직도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재매각되는 대우건설에 남은 것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자산대신 사람, 기술, 노하우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최초 매각 당시 몸집을 줄여 매각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캠코의 매각작업 진행에 불만을 표출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3년 워크아웃 졸업과 동시에 서울역 대우빌딩을 매각해 대대적인 감자를 진행, 몸집을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무산되면서 승자의 저주를 부른 고가매각으로 전환되면서 대우건설의 피해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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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우건설 매각을 통해 이득을 본 곳도 있다. 바로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올들어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1조원의 공공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한해동안 금호산업이 거둔 공공공사 수주 실적이 9400억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어난 실적이다.
이는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전략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한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공공공사를 조기집행 했다고는 하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도 공공부문 수주 1조원을 넘어선 대형 건설사가 4∼5곳에 그치고 있어 이같은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금호산업은 운찰(運札)인 최저가와 적격대상공사를 18건(6732억원)이나 수주했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턴키·대안공사도 11건(3115억원)을 따냈다. 공공공사 시장에서뿐 아니라 공모형 PF개발사업, 민자도로ㆍ철도사업 등에서도 금호산업은 대우건설의 막강한 지원사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단군이래 최대역사라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다. 서울시가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막겠다며 상위 10대 건설사간에는 3개사 이내만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함에 따라 대우건설은 금호산업에 삼성물산 컨소시엄의 멤버를 양보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이후 많은 프로젝트에서 지분을 쪼개 금호산업에 넘겨줬다"며 "금호 입장에선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지분을 양보한 만큼 대우건설은 수익을 깍아먹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