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PO시장 대지각 변동..이머징 급부상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9.06.26 11:42
글자크기

美 증시'IPO 1위' 탈락 위기.. 상.콩 주목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시장의 중심축이 뉴욕, 런던 등 선진 시장에서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는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아닌 브라질 상파울루와 홍콩, 상하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뉴욕 증시의 몰락…KKR 등 대어 놓쳐
지불결제 시스템업체 비자넷은 25일 상파울루 증시 IPO를 통해 71억7000만헤알(36억4000만달러)을 조달했다.

지난 4월 12억6000만달러를 조달한 중국의 종왕홀딩스를 제친 올해 최대 규모 IPO 기록이다.



같은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의료소프트웨어업체 메디데이타 솔루션이 IPO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주 발행가를 예상보다 높게 잡았지만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8800만달러에 불과하다.

2분기 들어 25일까지 뉴욕 증시에서 미국 기업들의 IPO는 10건으로 총액 20억3000만달러를 기록했고 1분기에는 그나마 단 한 건에 그쳤다.

사모펀드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가 뉴욕 증시 진출을 포기하고 암스테르담 상장사로 우회상장하는 등 월가에서 IPO 대어들이 이탈하고 있다.


1995년 이후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군림해왔던 월가는 이제 그 자리를 떠오르는 신흥 시장에 내줄 처지가 됐다.

◇중국, 브라질 증시 급부상…달러 대체투자 각광
딜로직의 자료에 따르면 비자넷 이전에도 2008년 3월 이후 세계 10대 IPO의 절반은 중국, 브라질, 인도에서 이뤄졌다.



올해 전세계 IPO 시장은 전년 대비 90%나 감소하며 침체 위기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머징 증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 브라질의 경제 상황도 반영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이머징마켓의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갔던 자금도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약세로 대체통화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도 이머징 증시의 급부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사 INTL 컨실리엄의 찰스 카셀은 "달러를 대신할 투자다변화의 수요가 큰 데다 다른 증시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이머징 증시의 급부상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증시 9개월만에 IPO 재개…대어급 봇물
중국공상은행이 2006년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서 219억달러를 조달하면서 사상 최대 IPO 기록을 세운 이래,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여러 건 성사시켰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증시에서 지난 9개월간 중단됐던 IPO를 재개시키기로 하면서 지난 19일 제약업체 산진약업을 시작으로 수십여개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중이다.

중국 최대 철강설비업체 중국 야금과공 그룹(MMC)도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중이며, 자금 조달규모는 최대 27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비자넷을 제외하면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중국민생은행이 올 연말 홍콩 증시에 33억2000만주의 신주를 상장시키기로 하는 등 신주 발행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 브라질의 IPO 시장은 전성기였던 2007년에 비하면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어 아직 위축된 상태다. 브라질은 그 해 OGX 등 대어급들을 포함해 64건의 IPO를 성사시켰지만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또한 이들 이머징 증시가 월가를 대체할 만큼 성장하려면 신뢰도와 투명성 제고 등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매니저였던 사이먼 노세라는 "이머징 증시에서는 내부자 거래가 횡행하고 있고 이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