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공동임금 협상 힘빠진 금융노조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6.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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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 초임 20% 삭감 등 개별 협상 늘어

은행권의 공동 임금협상이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공동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부 은행은 개별적으로 협상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지난달 말 초임 20% 삭감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분열' 양상까지 보인다.

금융노조가 생긴 이래 모든 은행이 일괄적으로 개별 협상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핸 금융노조에서 교섭권을 위임 받지 않았을 뿐 사실상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은행이 적잖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노조위원장들은 지난 10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개별 은행에 임금교섭권을 위임하는 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금융노사는 올 3월 중앙교섭회의를 열어 기존 직원 임금동결 및 초임 20% 삭감안을 논의했으나 국책은행의 반대로 결렬됐다. 이후 사측이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5% 삭감안을 들고나오면서 협상이 수개월 표류하고 있다.



이날 대표자회의에서 일부 시중은행은 '개별교섭권 위임'을 요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담이 되는 공동협상보다는 개별적으로 진행하면 사측과 협상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면서 "기본급 삭감 없이 성과급을 줄여 임금을 한시적으로만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년도 성과미달로 성과급이 줄어든 탓에 임금이 자동적으로 '삭감'될 거란 계산도 깔렸다. 이에 따라 사측과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한 곳이 8곳 이상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전직원이 임금의 6%를 반납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10일 이상 무급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1개월 월급의 80%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한미·씨티' 노조통합 문제로 지난 3월 협상권을 가져왔고, SC제일은행 역시 종전부터 개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개별협상에 반대하면서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시중은행은 성과 초과 달성으로 임금회복이 가능하지만 금융공기업은 한번 깎인 임금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더구나 정부의 '압박'도 상당한 터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별협상으로 간다면 금융노조가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예년에는 권한을 위임받지 않고 개별협상을 하면 '징계'를 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공동협상에 김이 많이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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