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에 미친 남자'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6.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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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기본에 충실한 경영·노사화합이 실적증가 밑거름"

"성공하려면 그 일에 미쳐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꿈속에서도 타이어만 생각합니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7,840원 ▼100 -1.26%) 사장(사진)이 내뱉은 첫 인사말을 들으니 이 회사가 경기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하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강 사장은 온통 타이어에 빠져있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40.1%와 61%급증한 2302억원과 342억원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어닝서프라이즈'다.



특히 타이어업계의 선발 대기업이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은 48.8%, 당기순익이 90.9%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과이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이명근 기자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이명근 기자


◇"기본에 충실한 경영과 노사화합이 실적 상승 밑거름"



강 사장은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비결을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최소화하고 원·부재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몇년 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과정들이 이제야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 같아요. 현재는 경영환경이 급박한 상황이어서 3개월 단위로 단기 전략을 세워 대응하고 있습니다."

매달 회사의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중요 의사결정을 노조와 협의하며 쌓은 화합적 노사문화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고 꼽았다.


"어제 중국공장 생산시설 증축과 관련해 양산공장에서 노조가 참여한 회의가 열렸어요. 노조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있는 회의였지만 노사 간 인간적인 신뢰가 있기에 대화가 잘 풀렸습니다."

창업주인 강병중 명예회장이 1999년 우성타이어를 인수한 뒤 2000년 새 출발한 넥센타이어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인수 당시 18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기준 7546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9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강호찬 사장은 바로 그 강 회장의 외아들이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아직도 저가제품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저가타이어라는 이미지는 우성타이어 시절 있었던 선입관이에요. 넥센타이어는 '타이어테크'라는 타이어전문점을 국내 브랜드 최초로 운영하면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왔어요. 품질은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습니다."

그는 해외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 들어 미국 등 북미시장에서는 국내외 브랜드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연말까지 점유율 면에서 최고 3~4단계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주요 딜러들이 물량을 늘려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경기가 어려워지자 메이저 브랜드들도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넥센타이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수는 있지만 처음과 동일한 가격을 받고 있어요. 이런 점이 딜러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이명근 기자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이명근 기자
◇"자동차부품 전문그룹이 꿈"

올 2분기 실적도 중동 등 신흥시장의 판매 증가와 중국 칭타오 공장의 가동률 상승으로 1분기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물건을 찍어내기만 하면 팔려나가는 시절엔 누구나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에 잘해야 진짜 잘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넥센타이어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거예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넥센타이어는 5년 전인 2004년까지 만해도 국내 완성차 회사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지 못했다. OE시장을 뚫은 주인공은 바로 강 사장. 그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수요자에게 맞춘 제품 개발로 2005년부터 현대차와 쌍용차 등에 OE타이어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쌍용차에 타이어를 공급하기 위해 상하이차 부사장을 만나 원하는 게 기술이면 기술, 디자인이면 디자인 뭐든지 말만 하면 다 맞춰주겠다고 해서 계약을 따내 쌍용차 OE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했어요. 구매 담당자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습니다."

그는 타이어와 자동차의 관계도 강조했다. "토요타가 없었다면 세계 1위 타이어회사인 브릿지스톤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자동차와 타이어는 함께 발전해가는 거죠."

강 사장은 넥센타이어 지분 10.78%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타이어튜브업체 넥센 지분 11.99%와 자동차 부품사 넥센테크 지분도 3.94% 갖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상장사인 만큼 앞으로 '넥센그룹'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그는 회사의 미래 모습을 "앞으로 부품소재 전문기업이 높은 수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넥센타이어도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동차부품 전문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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