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발표, '어제 호재→오늘 악재'된 사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6.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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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서 발표된 내용… 미국 거치며 아시아 증시도 동반 추락

세계은행(WB) 글로벌 경제전망이 전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다. 세계은행이 22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 3월 돥1.7%에서 -2.9%로, 내년은 2.3%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그 여파로 23일 아시아 시장이 추락했다.

재밌는 부분은 세계은행의 발표가 아시아 증시에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성장률 수정치 발표는 전날 우리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열리고 있던 시간에 나왔다. 그것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09 글로벌 개발금융 포럼에서 버젓이(?) 발표됐다.



그런데 이날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이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1.18%, 일본 니케이지수 0.4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0.55%, 홍콩 항셍지수 0.77%, 대만 1.77% 등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 증시는 세계은행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악재로 작용하며 다우지수가 2.35% 하락해 8400선이 무너졌고 S&P500지수는 3.06% 급락, 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3.35% 하락했다.



그리고 미국 증시의 급락 소식에 23일 아시아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2.79%, 니케이 2.82% 등 일제히 하락했다. 발표 당일 아시아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던 세계은행의 발표가 미국을 거쳐 악재로 둔갑한 것이다.

물론 세계은행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및 태평양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세계 성장률 하향 조정도 함께 발표된 만큼 아시아 증시에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딜 경우 수출 주도 경제인 아시아의 회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전날에는 몰랐다가 이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은행의 성장률 조정은 '빌미'였을 뿐이고 전세계 증시의 동조화 현상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의 전날 급락도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를 부추긴 것일 뿐이라는 것. 실제로 세계은행의 발표 자체는 그다지 충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세계은행의 성장률 추정치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고 내년 이후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추세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되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 증시는 서로서로 눈치 보는 상황이다"며 "세계은행발 악재라기 보다는 전세계 증시의 동조화 현상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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