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경기비관에 앞두자리 바뀌나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6.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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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원 오른 1290.8원 마감…경기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확대

원/달러 환율이 1290원선 위로 올라섰다.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가운데 국내 증시가 급락한 결과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3원 오른 1290.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상승폭은 지난 4일(17.8원 상승) 이후 가장 크다.

이날 상승 마감으로 환율은 5거래일째 오르고 있다. 환율이 5일 연속 상승한 것은 지난 2월 20일(9일 연속 상승) 이후 처음이다.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현물환 거래량은 72억 1000만 달러였다.

장중 흐름도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였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오른 128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에는 1283원선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전 9시 30분경 1287원 수준으로 급격하게 뛰어올랐다.



이후에는 상승폭을 천천히 줄이다가 짧은 순간 급등하는 장세가 이어졌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전체적인 가격은 올라갔고, 오후 1시 20분경 1290원선도 뚫리게 됐다.

오후 1시 40분경 다시 128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오후 2시 20분경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결국 1290원선을 넘긴 채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최고가는 1292.5원이다.

코스피 지수는 횡보와 하락을 반복하며 1360선으로 떨어졌다. 장중 1355선까지 떨어졌지만, 장 막판 부분적으로 회복하며 39.17포인트(2.8%) 내린 1360.54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2203억원 순매도했고,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는 9222계약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500선을 내준 채 498.03에 마쳤다.


22일까지 조금씩 상승하던 환율은 세계은행(WB)의 우려에 급등했다. WB는 22일(현지시간) '2009년 글로벌 개발금융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가 지난해보다 2.9%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전망치 -1.7%보다 후퇴한 것이다.

'닥터 둠(Doom)'이라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국제유가 및 장기 금리 상승, 대규모 재정 적자 등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는 'W'자 형태의 더블딥이 전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진 경고에 뉴욕 증시는 급락했고 역외환율은 올랐다. 다우지수는 지난 4월 20일 이후 최대 하락률 및 하락폭을 기록하며 200.72포인트(2.35%) 내린 8339.01로 떨어졌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 선물환 환율은 1278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수출업체들이 네고 물량을 내놓았지만 역외와 국내 모두가 강하게 달러 매수세를 이어갔다"며 "경기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1290원대에서는 달러 매도세가 나와 추가 상승은 막혔지만, 뉴욕 증시가 한 번 더 급락하면 130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증시 약세, 외국인 주식 매도 등 상승 재료에 박스권 상단이 뚫리면서 오름세가 더욱 강해졌다"며 "일단 박스권 위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 연구원은 "1300원대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면서 "다만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외화자금시장도 나쁘지 않아 상승 속도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처럼 급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0.83엔 내린 95.17엔을, 달러/유로 환율은 1.3834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356.45원, 원/유로 환율은 1785.69원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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