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 세금·복지지출 높여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6.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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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한·EU FTA "득보다 실" 반대
-내수만으로 위기탈출 어려워, 안정까지는 시간 걸려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 R&D 투자할 때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는 22일 "장기적으로 한국은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WB) 개발경제 컨퍼런스(ABCDE)'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세부담이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사회복지 지출을 많이 늘렸다고 하지만 아직 국내총생산(GDP)의 7%에 불과하다"며 "사회복지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다만 "감세가 필요한 때가 있다"며 "국가 부채는 1년 단위로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회복을 위해 감세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장기적인 감세 정책 방향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장 교수는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장 교수는 "비슷한 수준의 나라가 자유무역을 하면 좋지만 수준이 다르면 경쟁촉진에 따른 득보다 실이 많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 "일본의 장기불황처럼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못지않게 길어질 수 있다"며 "한국은 내수만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세계경제에 따라 회복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나 영국에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고 선행지표도 하락세가 진정된 것일 뿐"이라며 "신용카드 연체율이 떨어지는 등 경기가 안정될 때까지는 한참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출구전략에 대해선 "아직 경기 하강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출구전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어 "회수할 재정규모가 크다고 미리 (유동성을) 회수하면 문제가 커진다"고 출구전략의 조기 실시에 대해 반대했다.

장 교수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충격이 재차 오진 않겠지만 사방이 지뢰밭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금융규제 관련해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규제가 강하지 않다"며 "파생 관련 규제를 푼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봤을 때)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산업정책은 연구개발(R&D)과 그에 맞는 연구인력에 대한 투자"라며 "녹색성장은 방향은 좋지만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북핵 관련해서는 "외국은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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