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함께 비맞은 행안부 장관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9.06.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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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함께 비맞은 행안부 장관


하루종일 세찬 빗줄기가 쏟아붓던 20일. 이날 서울광장에선 건전한 디지털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의 'u클린 청소년 문화마당'이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온몸이 비로 흠뻑 젖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때마침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이버지킴이 발대식 참석차 행사장을 찾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은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에 행여나 장관의 옷이 젖을까봐 안절부절했다. 장대비로 돌변한다면 장관이 발길을 돌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가벼운 노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이 장관은 대기실에 잠시 머무는가 싶더니 곧장 행사장이 마련된 무대로 성큼 올라갔다.
 
발대식이 여느 정부부처 행사와 마찬가지로 지루하게 이어질 즈음 이 장관의 인사말 순서가 됐다. 무대 아래쪽에는 2000여명의 학생이 비옷을 입고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었고, 안타깝게도 빗줄기는 더욱 매서워지는 듯했다. 이 장관의 인사말 순서가 소개되자 학생들은 '또 지루한 연설을 들어야 하나'란 표정으로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마이크를 잡은 이 장관이 각본(?)에 없는 "여러분, 비가 오는데 왜 이 자리에 모이셨죠?"라는 말을 던지는 게 아닌다. 딴 곳을 응시하던 학생들의 눈길은 일제히 무대를 향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여기 모인 여러분은 아름다운 정보화 시대의 개척자"라고 말하며 행사 참여 의미를 되새긴 뒤 학생들과 함께 '선플'을 외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무대아래 학생들도 장관의 의외의 모습에 구호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 장관은 정부의 공식행사인 발대식을 마친 다음에도 한동안 행사장을 떠나지 않고 청소년들이 펼치는 무대를 지켜봤다. 행사만 마치면 쏜살같이 자리를 빠져나가던 장관들만 봐온 기자의 눈에 이 장관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관료적인 부처로 손꼽히는 행정안전부. 이 장관의 파격 행보에서 앞으로 바뀔 행안부의 미래가 보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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