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띄워 빚 갚는 코스닥 업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6.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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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 증자자금 상환위해 유증 추진

주가 부양을 위해 유상 증자를 실시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지난 3월 상장폐지를 가까스로 면한 곳으로 대부분 당시 증자대금을 사채시장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동의 한 대부업체 재무담당 이사는 최근 여의도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A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 투자를 고려 중인데, 지난 3월 이 업체에서 실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 명동 자금이 유입됐는 지 여부를 파악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펀드매니저는 "명동 업체들이 지난 3월 A사가 발행한 BW에 투자했다면, 이번에 실시되는 유상증자는 대출금 상환을 위한 인위적 주가부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사 처럼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렸던 업체들 상당수가 최근 유상증자나 주식연계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 3월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증자자금을 조달해 자본을 확충했으나, 대출금 상환이 임박하자 주가 부양을 위해 증자를 실시하거나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명동 관계자는 "사채시장에서 증자자금을 대출받은 코스닥 업체들은 대개 주가를 부양한 후 대출금을 상환한다"며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실시되는 증자는 대부분 대출금 상환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명동에서 1000억원의 증자자금을 조달한 업체는 3개월 뒤 주가를 띄워 300억원의 차익을 남겨주는 방식으로 원리금을 상환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채업자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남기지만, 인위적인 주가부양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증자자금 확보를 위해 사채시장을 찾는 코스닥 기업은 크게 늘고 있지만 명동에선 이런 대출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있는 만큼, 향후 대출금 상환을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명동 관계자는 "사채시장에서도 증자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코스닥 업체들은 올 하반기 다시 한번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조언했다.
주가 띄워 빚 갚는 코스닥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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