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친북좌파라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6.19 11:11
글자크기
박지성이 친북좌파라고?


지난 18일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월드컵 동반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를 축하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지만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남·북이 세계적인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남·북 동반진출로 축구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글도 눈에 띄었다.

필명 'jeonda'는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자랑스럽다"며 "북한 선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같은 민족이라는 게 느껴진다"고 피력했다.



'지용'이라는 필명을 쓰는 네티즌도 "경기가 끝난 후 북한 축구팀의 모든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달려 나와 행복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했다"며 "이제 남은 건 함께 16강에 진출하는 건데, 남·북의 힘을 세계에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처럼 대부분 네티즌은 북한의 월드컵 진출을 축하하며 즐거워했지만 일부 네티즌은 이를 못마땅하다고 여겼다. 게다가 기뻐하는 남측 사람들을 친북좌파라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앞에선 같은 민족이라고 떠들며 뒤에선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를 긴장시킨 북한을 축하해줄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필명 'cdh'는 "같은 민족이라고 하는데 정말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다"며 "같은 민족끼리는 핵을 쏜다고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6.25때부터 남·북은 다른 민족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지성의 골이 들어가지 않았어야 했다"는 식의 '박지성 책임론'을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필명 'kjw210'은 "박지성의 골로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친북좌파들만 기뻐하고 있다"며 "박지성이 결국 친북좌파의 희망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박지성이 골을 넣지 않았으면 북한은 월드컵 진출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지성의 골이 실패해 우리만 월드컵에 진출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이 나오는 건 박지성의 동점골로 이란의 승점이 11점이 됐기 때문. 만일 한국이 패했다면 이란이 승점 13점이 돼 북한(12점)은 월드컵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만약 한국이 이란에 지고 북한이 사우디와 비겼다면 북한은 B조 3위로 밀려 A조 3위인 바레인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또 여기서 이겨도 다시 오세아니아 1위인 뉴질랜드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북한의 월드컵 진출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박지성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