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PD수첩' 제작진 5명 불구속 기소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06.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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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왜곡보도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8일 프로그램 제작진이 다양한 편집기술 등을 동원해 실제 취재한 내용이나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허위·과장 보도했다고 결론짓고 제작진을 무더기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와 송일준·김보슬·이춘근PD, 김은희 작가 등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가담 정도가 경미한 이모 작가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조사 과정에서 고소가 취하된 프리랜서PD 이모씨는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제작진이 핵심적인 내용이 담긴 30개 장면에서 제작 의도에 맞춰 자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유포,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보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 오역 및 번역 생략(10개 장면) △객관적 사실 왜곡(11개 장면) △설명 생략(7개 장면) △여러 가능성 중 하나만 적시(1개 장면) △화면 편집순서 및 연결에 의한 왜곡(1개 장면) 등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로 검찰은 마이클 그래거씨의 인터뷰 내용 중 '젖소(dairy cows)'를 '심지어 이런 소'로 오역하고 고(故) 아레사 빈슨씨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씨가 "우리 딸이 '걸렸을지도 모르는(could possibly have)'"이라고 말한 것을 제작진은 방송에서 "우리 딸이 '걸렸던'"으로 왜곡 번역했다고 밝혔다.

또 로빈 빈슨씨가 "아레사가 '광우병(CJD)'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한 부분 역시 '인간광우병(vCJD)'으로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같은 왜곡 보도로 인해 관련 지식이 없던 시청자들이 방송 내용을 사실로 믿게 돼 정 전 장관 등이 '매국노'라는 비방을 받는 등 명예가 심각히 훼손됐다고 밝혔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이 PD수첩 방송 이후 가맹점 모집 과정 등에서 영업 손실을 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제작진은 다양한 편집기술과 왜곡방법을 동원해 실제 취재한 내용이나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내용을 방영했다"며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지만 이번 건은 방송 내용이 허위인 데다 제작진이 허위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돼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보도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적이 없다"며 "정치검찰이 민주주의의 원칙인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방송개혁시민연대는 이날 "MBC노조가 'PD수첩' 광우병 왜곡보도 의혹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저지했다"며 MBC노조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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