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무조건 아이폰이면 된다고?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9.06.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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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아이폰 국내 시판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애플 본사가 최근 중국에서 제조된 아이폰 구형 단말기(A1241/이하 아이폰3G)를 국내에서 형식인증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출시 임박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심지어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아이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코너를 캡처한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리면서 아이폰 시판을 단정 짓는 사람도 있다.

최근 아이폰 독점공급이 결정됐다고 소문이 난 KT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잘 되던 협상도 깨지고, 애플에 협상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냐"며 아이폰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던지는 언론이나 네티즌들에게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정작 지난 9일 발표된 신형 '아이폰3GS' 출시국가 리스트에는 끼지도 못하고, 수입 주체인 통신사들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는 와중에 번지는 구형 '아이폰3G' 출시에 대한 기대는 놀랍기까지 하다.

솔직히 아이폰에 대한 국내 통신사의 접근이 애플의 '오픈 사상'이나 아이폰의 위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아이폰 시판 논의는 좀 거칠게 말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기보다는 '변변한 외산폰 하나 없는' KTF가 단말 경쟁력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8G 구형 '아이폰3G' 가격이 지금은 애플의 '떨이 정책'으로 99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애초 199달러라는 시장 소비자가를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정책만 해도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꼭 집어 '아이폰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숫자도 뻔하다. 조건만 보면 이익을 따지는 국내 기업 어디서도 굳이 아이폰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아이폰 시판은 '협상'에 관한 문제다. 기업과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하나라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의 과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만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국내 이동통신사에게만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협상 주도권이 애플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얘기지만, 옛 KTF가 일본 NTT도코모와 아이폰 공동소싱을 조건으로 애플과 협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기업이 애플에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협상의 최대 무기인 '물량담보'가 애플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애플에 '만만한 시장이고 만만한 고객'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전파연구소에서 형식인증을 받은 아이폰 기종이 구형폰인 '16G 아이폰3G'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일부 아이폰 마니아 층 내에서도 시쳇말로 "우리보고 '땡' 처리 하라고?"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만일 구형 아이폰3G 공급이 사실이라면 '한국이 재고 처리 정도에는 적합한 시장'이라는 판단을 내린 애플과 조금이라도 싼 가격으로 들여와 이익을 남기고자하는 국내 통신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거다. 그리고 이런 시작은 한국의 얼리 어댑터들이 앞으로도 죽 다른 나라 소비자들과 '시차'를 두고 아이폰 구형폰을 쓰는 결과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 아이폰이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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