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들이 헷갈려… 5만원권 경제학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9.06.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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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첫 등장 5만원권의 '오해와 진실'

편집자주 6월23일, 우리나라에서 36년 만에 최고 액면 화폐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 화폐 개혁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고액권'의 탄생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1년 안에 10만원권 수표의 90% 이상, 1만원권 수요의 40% 가까이를 대체하리라는 예측만큼 벌써부터 만만치 않은 위력도 감지되고 있다. '5만원권' 시대. 최고 액면 화폐의 새 정권 맞이로 분주한 경제ㆍ사회ㆍ문화 각 분야별 동향을 살펴본다.

[머니위크 커버스토리]5만원 경제학/①5만원권과 5000원권

'5만원 엄마, 5000원 아들?'

특별한 엄마와 아들의 이상한 금전적 관계를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5만원권 새 화폐 도안의 초상 인물인 신사임당과 5000원권의 율곡 이이 모자(母子)를 둘러싼 세 가지 쟁점의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엄마·아들이 헷갈려… 5만원권 경제학


# 쟁점 1 = '엄마와 아들이 헷갈려?'



우선 요즘 가장 말이 무성한 쟁점은 바로 '엄마와 아들의 혼동을 조심하라'는 우려의 목소리.

"물건 값으로 5000원 내려다 잘못 보고 5만원 내면 어쩌죠."

5만원권과 5000원권은 모두 황색 계통이어서 혼동하기 쉽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5만원권이 5000원권보다 가로가 1.2㎝ 길고 색깔도 다르다고 밝힌다. 둘 다 황색 계통이긴 해도 5만원권은 노란색에 가까운 반면, 5000원권은 붉은 기운이 많이 도는 적황색 계열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 화폐는 뒷면 도안에도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기존 5000원권의 경우 앞·뒷면 그림이 모두 가로로 디자인돼있는 반면, 5만원권의 뒷면의 보조 소재인 풍죽도와 월매도는 '세로'로 찍혀져 있다.

이보다도 결정적인 구별 포인트는 바로 '性'. 이승윤 한국은행 발권국 부국장은 "기존 화폐 도안에는 남성만 등장했는데 5만원권은 '여성'이니 이것만 봐도 한눈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쟁점 2 = '아들 잘 키운 것도 죄?'

당초 신사임당이 고액권 도안 인물 후보로 올려졌을 때부터 사회 일각에선 반대의 여론이 적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지폐 속 인물에 대해 물어보면 뭐라 설명을 해줘야 하죠? good wife? '

여성계 등을 중심으로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현모양처 여성상이 지폐 초상인물이 됐다"며 유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관해 한국은행은 "신사인당이 화폐 도안 인물이 된 것은 여성ㆍ문화예술인으로 대표적인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신사임당은 남성 화원들만 풍미한 조선시대 화단에서 여성 화가로 자신만의 세계를 열었던 독보적인 문화예술인이다. 뛰어난 인문적 소양만으로도 이름을 드높였을 인물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잘난 아들 때문에 현모양처의 신화에 갇힌 억울한(?) 여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신사임당이 5만원이라는 새 고액권에 등장함으로써 5000원권의 아들보다 액면가로는 10배나 더 지위를 높인 통쾌한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 쟁점 3 = '굳이 母子를 모델로?'

이번 5만원권 발행으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모자는 새삼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굳이 5000원권에 아들이 나오는데 엄마까지 등장해야 하나?'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에 화폐 도안에 '모자'가 나란히 올라간 사례는 또 있다. 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자상초상이 등장했던 것. 게다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등장함으로써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부인과 아들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실제 모델은 한국조폐공사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그 아들로 밝혀지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지폐 속 엄마와 아들의 묘한 인연에 대해서 한은 관계자는 "母子 관계 여부는 선정하는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나친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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