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계파갈등, 쇄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06.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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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신의 본체야말로 대화합이며 화합이 아닌 쇄신을 해봐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8일 사퇴 불가 입장을 천명하며 했던 말이다. 박 대표가 지적한 대로 '쇄신 바람'을 불러 일으킨 원인은 '계파 갈등'이었다. 한나라당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적절치 못한 공천도 따지고 들어가면 밑바닥에는 '계파 갈등'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재보선 참패 후 충격에 빠진 한나라당은 서둘러 쇄신특위를 만들고 국정쇄신과 당 화합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당내 소장파 모인인 민본21과 일부 친이(친 이명박) 직계 의원들도 이와 같은 쇄신 논의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당 화합'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범했던 쇄신특위는 정작 스스로 계파 갈등에 휩싸여 꼬리를 내렸다. 출범 당시 '계파별 안배'를 위해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을 쇄신위원에 포함시켰지만 사안마다 계파별 입장이 대립하며 계파 갈등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친박 이정현 의원은 쇄신특위 공식 사퇴를 선언했다.

 계파를 초월해 모인 민본21도 친이 직계인 김영우 의원이 탈퇴를 선언하며 계파 갈등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청와대를 향해 쇄신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보다는 현 정부의 정책과 국정운영 기조에 동참하며 쇄신을 도모하겠다는 탈퇴의 변을 밝혔다. 민본21의 대응 방식에 일부 동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도 계파별로 입장이 명확히 갈린다. 초선의원 48명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를 초월한 초선의원 공동체를 만들기로 하는 등 자기 반성을 통한 국정운영 회복을 천명했다. 하지만 여기에 참여한 초선은 친이 일색이었다.

 한 정당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계파가 갈리고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각 계파가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다운 소통을 해 보기도 전에 '계파 갈등'이라는 진원지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계파 갈등은 쇄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키워드다. 하지만 이를 성급하게 수면 아래로 잠재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계파간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선 말 그대로 '툭 까놓고' 얘기해 볼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확대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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