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F 대주단협의회’ 구성 표류

더벨 길진홍 기자 2009.06.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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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증권·자산운용업계 반발…가입률 48%

이 기사는 06월16일(15: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PF 대주단협의회’ 구성이 표류하고 있다. 보험사와 증권·자산운용사 등의 금융회사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회사들은 PF 대주단협의회에 가입할 경우 채권회수 지연은 물론 신규 자금 지원으로 금융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PF 대주단협의회에 가입한 채권금융회사는 전체 186개중 89개 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는 은행(18개)과 저축은행(66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생보사, 손보사, 자산운용사 등은 아직까지 가입한 곳이 없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던 PF 대주단협의회 운영은 7월 이후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소액 채권금융회사 권리 보호돼야

PF 대주단협의회의 운영협약(이하 PF 대주단협약)은 채권 상환유예, 원금 및 이자 감면, 이자율 인하 등의 채권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개별 PF 사업장에 대한 작은 ‘워크아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대주단협약의 경우 건설사들에 대해 단순히 1년간 채무유예 혜택을 줬다. PF 사업장에 신디케이트론 형식으로 100억원 이상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는 모두 PF 대주단협의회 가입 대상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와 증권·자산운용사들은 담보권이 확실한데도 굳이 PF 대주단협의회에 가입해 채권회수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다수의 의견에 소수의 목소리가 묻혀 채권회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PF 사업장 채권조정은 대주단협약과 마찬가지로 75% 이상(채권액 기준) 채권금융회사 동의로 결정된다. PF 사업장에 대한 채권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과 저축은행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PF 사업장 부실을 키운 게 사실”이라며 “이제 와서 똑같이 책임을 나누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우량 사업장을 골라 저금리 선순위 대출을 주로 해왔다”며 “고금리 대출에다가 주관 수수료 등을 챙긴 일부 후순위자와 마찬가지로 채무조정, 신규자금 지원 등의 부담을 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사들도 정부가 공모펀드에 한해 협약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가입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의 수익자 형태가 제각각 이기 때문에 각 투자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 "건설사 살리고, 채권회수율 높이려는 것"

금융위는 일부 금융회사들의 반발은 PF 대주단협약 조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도입 취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PF 대주단협의회 구성은 채권금융회사들이 모여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동시에 채권회수율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협의회 결정 사항에 이의가 있을 경우 채권 매수를 청구하면 자금을 회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PF 사업장에 대해 선순위 우량 담보권을 쥐고 있는 건 은행이나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PF 대주단협의회 가입율이 채권액 기준으로 80%를 상회함에 따라 제도 조기 시행 후 보험사 등 미가입한 금융회사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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