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IMF 영향력 확대" 집중 논의

머니투데이 백경훈 기자 2009.06.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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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 통화시스템 추구"..구체화 방안 합의는 불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 정상들이 16일(현지시간) 역사적 첫 정상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4개국 국가 정상들은 이날 △ 개발도상국의 IMF 의결권 확대 방안 △ 서구 선진국 금융기업 투기 규제방안 △국제 경제질서 재편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브릭스는 내년 정상회담을 브라질에서 열기로 하는 등 모임 정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 정상들은 이날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이머징 국가들이 국제금융기구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브릭스의 IMF 내 발언권 확대를 강조했다.



브릭스 4개국의 IMF 의결권은 9.9%로 16.77%를 차지하는 미국의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의 의결권은 1.38%로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벨기에 의결권 2.09%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의결권 역시 3.7%에 그치고 있다.

성명은 "국제금융기구의 지도부 선출은 공개적으로 투명성, 기여도에 기초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와 함께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더 다양화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달러와 미국 위주 경제 질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브릭스 정상들은 그러나 이를 위해 그들이 갖고 있는 2조8000억달러 외환보유액을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재무장관들에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상들은 또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상대방 통화와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스타니슬라브 파노마렌코 ING 애널리스트는 "브릭스 상호 간에 채권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며,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방향성을 알려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달러를 대체할 통화 수단을 찾는 논의가 지속되느냐 인데, 아직 누구도 달러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단을 발견하진 못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회담 소식통들을 인용, 러시아가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초국가통화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 등이 정상들 간에 논의되길 희망했지만 약 2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이 '달러 가치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한편 브릭스 정상들은 회담을 마치며 내년 정상회담을 브라질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회담에 앞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정상회의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그룹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브릭스를 상설 포럼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각국 정상들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개혁을 위한 협상을 지속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담을 갖고 달러를 대체할 '초국가적 통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SOC 회원국들 간 무역에 있어 자국 통화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오로지 한 통화만이 국제 거래에 사용된다면 글로벌 통화 시스템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마샤 림프만 정치 분석가는 "이날 SOC 회담은 현 통화위기와 관련해 개발도상국들이 국제금융체제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기 위한 강한 열망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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