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엄영선씨가 블로그에 남긴 애틋한 '글글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6.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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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엄영선씨가 블로그에 남긴 애틋한 '글글글'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가치관에 의해 삶의 목적과 태도가 결정된다. 그 목적에 따라 선택한 일들을 후회하지 않음에 감사한다."

예멘 북부 사다에서 피랍된 한국인 여성 엄영선(34)씨가 결국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생전에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blue751214)에 남긴 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엄 씨 스스로 순례자라고 밝혔듯 블로그에는 기독교의 세계관이 담긴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네티즌들은 기독교라는 종교가 담고 있는 사랑과 평화 등을 되새기며 엄 씨의 글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다시 옮겨 적으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엄 씨는 지난해 11월23일 '루이스vs프로이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진짜 고향을 그리워하는 욕구는 죽은 후에야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니만큼 이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지켜야한다. 이 욕구가 다른 욕구에 짓눌리거나 밀려나지 않게 해야 한다. 나 자신이 그 나라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일을 내 삶의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할 터이다"고 책 내용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글을 남겼다.



또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을 올려놓고 "가을이 오는 하늘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 다르지 않을 텐데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밤 풍경으로 많은 별들을 볼 수 없다. 네온 불빛 없는 별만 가득한 하늘을 보고 싶다"고 썼다.

그는 브루스 윌킨슨의 '꿈을 주시는 분'의 일부를 발췌한 후 "당신은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코멘트를 달며 인생에 대해 깊은 고민의 흔적을 남겼다.

엄 씨는 특히 지난 1월23일 영문 편지 형식으로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서 예멘의 치안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 달에 1∼2차례씩 여러 차례 외국인들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며 "수도인 사나로 자주 이동을 해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기를 늘 빌곤 한다"고 글을 올렸다.


또 "지난 10월 예멘에 와서 지금까지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며 "귀여운 아이를 즐겁게 가르치고 있고 한 집에 살고 있는 네덜란드 동료와도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해 8월 예멘에 도착한 이후 아이들을 가르치며 병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네덜란드인, 독일인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고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아랍어를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엄 씨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의 침례신학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국내 초등생 영어학습지 교사로 일하다 4~5년 전부터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엄 씨는 네덜란드와 터키 등 2개국에서 각각 1년씩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고, 지난해 10월 예멘에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오는 8월 초 귀국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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