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이 이끈 '경제 토론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6.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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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주최 조찬 강연회, CEO등 격의없는 대화

머니투데이가 창립 10주년 및 오프라인 신문 창간 8주년을 맞아 15일 개최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 조찬강연회'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 의지를 다지는 소통의 마당이었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미리 준비한 강연을 마친 후 마치 사회자를 자청한 듯 재계 및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이끌어 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창립 10주년 및 오프라인 신문 창간 8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질문자를 직접 지정하며 '소통의 마당'을 열어나가자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창립 10주년 및 오프라인 신문 창간 8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질문자를 직접 지정하며 '소통의 마당'을 열어나가자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앞서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머니투데이는 과거 10년을 리얼타임 미디어 대표 브랜드로서 신문과 방송을 아울러 왔다"면서 "앞으로 10년은 시대를 뚫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새로운 혁신의 모습을 제시 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위기극복 및 재도약을 위한 향후 경제운용방향'을 주제로 30분간 강연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변곡점을 지났고,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을 느낄 때'가 아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 낙관론을 경계했다.

윤 장관은 또 "채권 금융기관이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때"라며 "정부도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이 실물에 전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공공기관의 선전화 등을 통한 성장 잠재력 창출도 언급했다.



윤 장관은 강연을 마친 후 참석자들이 예정된 질의를 주저하자 사회자로 '변신'했다. 그는 "옛날에는 선생님 말씀 듣고 마음에 새기는 것을 예의로 알았고,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있다"며 "하지만 21세기엔 '침묵은 바보'라고 한다"고 말하며 질문자를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순간 참석자들은 윤 장관의 '파격적인' 접근에 박수로 화답했고, 이후 강연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즉석 토론회로 발전했다.

윤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말미를 주려는 듯 질문 1순위로 홍선근 대표를 일으켜 세웠다. 홍 대표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이 적지 않게 신설되고 있다"면서 "소형 증권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구상중인 정책방향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질문했다.

윤 장관은 "증권사의 진입 장벽을 어떻게 할 것인지, 퇴출의 자유 없이 진입의 자유만 허용할 순 없어 정책 당국이 고민할 때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 받은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진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시장에서 증권사 50개 이상이 만들어지고, 운용사는 60개 이상이다"면서 "시장에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곧 업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경쟁이 없는 사회보다는 치열한 경쟁이 있는 사회가 낫고, 이는 시장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면서 "이와 동시에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시장의 기대와 구조조정 주체 간 괴리가 있어 산업은행장이 가장 고생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그러자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부쪽에서 세제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건의했다.

윤 장관은 이에 "세제 면에서도 선제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구조조정기금을 조성, 공적자금을 토입하는 법안을 이미 통과 시켰다"고 말하며 구조조정에 적극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 신규 가입자도 줄고, 자산운용 쪽도 해외 국채 평가손실이 있어 어렵다"면서 "증권은 자통법을 개정해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보험은 뒤쳐지고 있다"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저축은행 업계를 대표한 김석원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이종격투기'에 출전한 선수같이 다원적 수단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나 업무영역에 제한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건의 내용을 관련 당국에 전달 하겠다"고 화답한 뒤 화제를 '실물경제'로 돌렸다. 이번에는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 사장은 "취임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 건설사끼리 경쟁하면서 저가수주 리스크에 노출 돼 있고,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한 어려움도 있다"고 호소했다.



윤 장관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중요하다"며 영국계인 SC제일은행의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의 질문을 이끌어냈다.

에드워즈 행장은 곧바로 "지금 영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극심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모국 영국 상황을 에둘러 빗댄 것이다.

그는 또 "세계 경제의 힘이 서방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기로 한국은 장기적인 안목을 발휘할 시기"라면서 "단순한 금융허브가 아닌, 목표를 실천해 가야하는 하는 시점"이라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윤 장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리더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각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경제·사회적으로 편익을 누리고 있는 사회지도계층에서 각자 자문해 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에 대한 각종 건의가 쏟아지고, 윤 장관이 이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등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즉석 토론회는 1시간 가량 진행됐다.

강연회 후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그동안 여러 강연회를 다녔지만 오늘 처럼 양방향 소통을 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윤 장관이) 직접 건의 사항을 수렴하는 등 새로운 토론 모델을 제시해 주신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는 재계 및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경제계 리더 220여 명이 참석했다. 금융 협회에선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이상용 손해보험협회장, 김석원 저축은행 중앙회장, 장건상 금융투자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신용길 교보생명 사장, 김우진 LIG 손해보험 사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이 자리를 빛냈다.

이와함께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임 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유문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장, 이통천 한국저축은행 대표 등도 함께 했다.



재계에서는 이동희 포스코 사장,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조기행 SK네트웍스 사장,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대표, 강병원 동원그룹 부회장, 오규석 씨앤앰 사장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김상현 NHN 사장, 최세훈 다음 사장,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사장, 최호 온세텔레콤 사장, 주형철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등이 자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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