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 시점 15일 넘기고도 문 못 여는 국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6.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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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국회가 법에 규정된 개회 시점을 넘긴지 보름 가까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중 개회도 불투명해지면서 이달 안에 개회해도 쟁점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민주당 이강래·선진과창조의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비공개 회담을 갖고 개회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국회 개회를 위한 5대 선결조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및 한상률 전 국세청장 특검 △노 전 대통령 과잉 수사 의혹 국정조사 △국회 내 검찰개혁특위 설치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회 소집에는 조건이 붙을 수 없다"(조윤선 대변인)고 맞서 왔다. 모든 문제는 국회에 들어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문제는 대통령 권한으로 한나라당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선진과창조의모임은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원내 협상을 일임하고 있는 창조한국당은 특검과 국정조사, 검찰개혁특위 구성 등을 국회 개회와 연계해야 한다며 민주당에 동조하고 있는 반면 자유선진당은 일단 국회는 개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6.15 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대회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뒤에야 개원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미국으로 출국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회 개회를 위한 여야 협상은 오는 19일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빨라야 오는 22일 이후에나 국회 개원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현재 협상 진도로 봐서 (국회 개원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말한 만큼 이마저도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여야가 막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여야 모두 국회 표류가 장기화하면 입법기관의 책무를 소홀히 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실제로 한나라당 일각에선 검찰개혁특위를 수용하는 선에서 야당에 개원 명분을 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역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문제는 한나라당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견해도 고개를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6월 막판에 국회가 열린다 해도 비정규직법 개정안, 미디어관련법, 금산분리완화 관련법 등 쟁점법안에서 여야간 의견이 크게 갈려 국회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쟁점법안 처리를 생각하면 정작 국회를 열어도 문제"라며 "산 넘어 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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