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 "후속회담 지켜봐야"

김성휘,기성훈 기자 2009.06.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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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대표 "北제안은 협상 계속하려는 것"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이 근로자 임금 인상과 토지임대료 추가지불을 요구한 데 대해 12일 "터무니없는 요구"라면서도 "첫 협상이었던만큼 후속 회담을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의류기업 A사 관계자는 "어떻게 임금을 1년에 10~20%씩 올리라고 하느냐"며 "기업경영이나 운영을 알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B사 대표는 "임금을 한 번에 4배씩 올리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당황스럽고 (북한의 의도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1일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근로자 월급을 300달러로 인상하고 연간 인상률 상한선 5%를 10~20%로 상향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기본월급 55달러에 사회보장 비용 등을 합치면 75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기업들이 내심 예상했던 것은 월급 100~150달러 수준"이라며 "300달러라면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B사 대표는 그러나 인상률의 문제일 뿐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근로자들을 우리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근로자들의) 실력이 느는 만큼 회사에도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이에 19일 열릴 후속회담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후속 회담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비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북한은 임금 인상 외에 △2004년 1600만 달러를 완납한 50년 치 토지사용료 외에 그 31배인 5억 달러 추가지불 △2015년부터 내기로 했던 기업별 토지사용료를 내년부터 3.3㎡(1평)당 5~10달러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유지할 뜻이 있는지 아니면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우리 기업들이 철수하게 하고, 그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려는 의도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실무협상 대표인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단장은 지난 11일 "북쪽도 개성공단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밝혔다"며 "북측의 제안은 계속 협의를 하기 위한 하나의 제시안"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입주기업 대표 회의를 열고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한편 12일로 75일째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개성공단 직원 유 모씨 문제는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대표단이 11일 회담에서 유 씨 신변 확인과 석방이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북측은 우리 측 접견 요구를 거부했다.



현대아산 측은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정확한 협상 내용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북한 측 요구조건을 정확히 알아야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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