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朴게이트', 용두사미로 마감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06.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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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1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가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체포하면서 막을 올린 지 80여일 만이다. 수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고 현직에 있던 검찰총장은 사퇴했다.

◆ 숨가빴던 80일간의 기록=수사 초기 여권의 한 핵심 의원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봄맞이 대청소'로 규정했다. 이에 편승하듯 검찰 수사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정욱 전 원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송해은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 장인태 전 행자부 2차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여야 구분 없이 구 여권과 현 정부 인사들이 대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수사의 종착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곧 공식화됐다.



지난해 말 노건평씨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커넥션'의 징후는 상당부분 포착됐고 3월 초에 꾸려진 중수부 수사팀에 관련 내용이 넘겨진 상태였다. 칼날은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에게로 먼저 향했다.

4월 11일 권 여사가, 12일에는 건호씨가 검찰에 소환됐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평생지기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전격 체포됐고 4월의 마지막 날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 수사 40여일만에 전직 대통령의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빼든 검찰 수사는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계속 미뤄지더니 권양숙 여사의 재소환 검토설이 흘러 나왔고 이후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으로 수사의 방향이 틀어졌다.

5월 12일 노 전 대통령 딸과 사위를 소환한 검찰은 권 여사의 재소환이 예상됐던 5월23일 새벽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된다.



애도기간 내내 침묵했던 검찰은 6월 1일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의 소환으로 수사를 재개 했지만 이튿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용두사미 수사, 의미와 평가=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혹한 결과를 낳은 이번 수사는, 결과만 놓고 봐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관련자들은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현 정부 실세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역시 무성한 뒷말만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특히 천신일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수사팀은 과잉수사에 더불어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떠안게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 5개월을 남긴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했지만 총장 사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보여준 검찰 수뇌부의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사팀은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만을 강조했다. 망신주기와 모욕주기라는 비판이 계속됐지만 수사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 듯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 전개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법무부는 뒤늦게 수사 관행에 소홀하거나 문제점이 없었는지를 되돌아보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사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다.

참여정부 초기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여야의 대선자금 수사를 공정하게 밀어붙여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



그로부터 불과 5년여만에, 한 번의 '정권교체' 만에 검찰에 대한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수사 관행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편파·부당·과잉 수사라는 용어가 사라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찰의 몫으로 남게 됐다.

또 이를 지켜보고 평가해야 할 의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아프게 바라봤던 모든 이들에게 남아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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