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공적 통합공사 출범을 위한 전제조건

이원호 교수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2009.06.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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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성공적 통합공사 출범을 위한 전제조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을 16년 만에 이루어 냈다는 쾌거는 국민적 카타르시스이고 선진화 정책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법안 통과 그 자체만으로 선진화의 완성이란 오류에 빠져 합리적인 통합방안과 실체적 선진화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소홀해 지면 안된다.

'무늬만 통합'에서 진일보해 MB 정부다운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크게 몇 가지에 부문에 있어서 선진화 원칙과 공평무사한 기준 아래서 통합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거대 통합공사의 독점성이 합리적으로 최소화돼야 한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의 모토 아래 시작됐지만 막상 구조조정에 대한 기관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민간 영역과 중첩되는 기능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 부문과 중첩되는 기능에 대한 충분한 조정이 없는 통합은 대개 '큰 정부 작은 시장'이란 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둘째, 성장과 분배의 균형 있는 비전 설정이다. 양 기관은 지난 30~40여 년간 국토개발의 경제성장 축과 주택건설의 주거복지 축을 책임 있게 수행해 왔다. 통합 이후 조직이기주의나 단기적 정책 목표 달성에 급급해 분배를 위해 성장이 위축되거나 성장을 위해 분배가 소홀히 되서는 안된다. 임대산단 공급, 광역경제권 개발 등 다양한 국토개발 사업과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 선진적인 주거복지 사업을 부문별로 몰입할 수 있는 조직설계와 점진적 조직융합 방안이 뒷받침 돼야 한다. 수레의 양 바퀴처럼 치우침 없이 굴러가야만 '경제의 선진화', '삶의 질 선진화'라는 MB정부의 국가 비전을 향해 올바로 나아갈 수 있다.



셋째, 재무적 안정성 달성이다. 총부채 86조, 금융부채 55조원, 금융부채비율 282%라는 통합공사의 부실 규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3년 내에 금융부채만 13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이러한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대책없이 통합이 진행된다면, 통합을 시킨 이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결국 '거대 식물 공기업'의 탄생이라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공익사업 수행이라는 면죄부에 단순히 의존하고 정부재정을 계속 투입하는 방안은 이제 바람직하지 않다. 부실 원인을 면밀하게 규명해 재무 부실 요인과 제도적 문제를 점차 개선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거대해진 통합공사의 재무 효율성을 위해 사업부문별로 투명한 원가관리, 성과측정,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경영 선진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혁신도시 이전 문제의 해결이다. 본사 유치문제로 불거진 경남, 전북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묘안이 없는 상황 속에서 자칫 정치적으로 '지역 나눠먹기'에 따라 통합공사는 머리가 둘로 나뉜 '샴쌍둥이'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 이는 경영의 비효율을 막기 위해 나누어진 본사단위가 각각 조직, 인사, 회계의 독립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까지 문제로서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공사의 조기 안정화이다. 두 기관은 통합공사 출범을 앞두고 과거 수십년간 경쟁관계에서 탈피해 지금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해 조직의 조기 안정화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타기관의 통합사례에서 보듯이 구성원간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상호간에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아울러 통합공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승진 등에서 보상을 받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통합법 통과는 공기업 선진화의 그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다. 법안이 통과된 이상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진정 국민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한 성공 모델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 통합공사가 MB 정부의 애물단지가 아닌 진정한 옥동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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