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자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1일. 광주에 사는 여중생 A양(13)이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특히 A양의 방에서 한 권의 책이 발견돼 논란이 됐다. 이 청소년 소설은 A양이 다니던 학교의 권장도서였다.
A양의 자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광주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곧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그러나 아직 수사가 끝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책과 자살의 연관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책의 내용이 10대 소년의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친구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며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양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설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도 조금씩 진행 중이다. 과거 유럽을 휩쓸었던 '베르테르 효과'와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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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모방자살', '동조자살'의 의미로 풀이되는 베르테르 효과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소설에서 비롯됐다. 괴테가 집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주인공 베르테르의 권총 자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르테르는 사랑하는 여인 로테와의 인연이 닿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곧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던 당시 유럽 청년들이 베르테르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책에 담긴 내용이 청년들의 자살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유명인의 자살에 따른 모방자살의 의미로 '베르테르 효과'가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살과 관련된 소설의 영향력을 시사하기도 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대상이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 1950년대 말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유층 여고생들이 집단으로 가출한 뒤 자살했는데, 이들이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책을 평소에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카뮈의 '전락'이라는 소설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편 A양의 자살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자 A양의 학교 급우들이라고 밝힌 학생들은 "권장도서는 A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었고, 선생님의 체벌도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A양의 학교측과 해당 교육청은 "경찰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