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길잃은 증시의 이정표

김진형 기자 2009.06.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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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수급→방향성 상실'..거시지표 주목해야

수급 구도가 무너지고 있다. 코스피지수 1400선 진입 이후 특별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증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매수를 기반으로 한 수급 때문이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 행진은 프로그램 매물이 하루 수천억원씩 쏟아지는 와중에도 지수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증시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일 별다른 호재 없이 상승하다 또 별다른 악재 없이 하락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6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코스피지수는 전강후약의 움직임이었고 이는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시장이 혼조로 마감하는 등 우리 증시를 끌어 올릴만한 동력이 없었지만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410선까지 올랐고 다시 끌어내릴 이슈가 없었지만 하락하기 시작해 6월 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감한 가운데 수급의 움직임이 지수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장중 돌출 악재에 의한 하락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도, 이로 인해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 우위로 돌아서는 등 단순 수급적 요인이 전날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방향성 상실 장세'에 탈피하기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모멘텀은 다가오는 어닝시즌이 될 수도 있지만 빠르게는 이번주 집중된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1400선 진입 후 지수가 지지부진한 등락을 반복하면서 에너지만 소진해 가고 있는 이유는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빠르게 상승한 지수와 이를 받쳐 주지 못하는 경제지표와의 차이에서 발생한 괴리 때문이었다. 증시는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될 것을 반영해 상승했지만 실제 경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면서 앞서간 증시가 속도를 줄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가가 급등하고 조기 금리 인상론 등 유동성 흡수 가능성 등이 언급되고 있다. 유가는 9일 배럴당 70불을 돌파했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기준금리를 현행 0~0.25%에서 0.5%로 인상할 가능성을 36%로 점치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징후로 해석할 수도 있는 사안들임에도 시장은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유가의 급등은 단순히 달러 약세에 따른 상품 시장의 강세, 조기 금리 인상은 인플레 우려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앞으로 발표된 거시지표들이 경기회복을 보여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지표는 1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5월 소매판매다. 소비가 미국 전체 경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소매판매의 증가 여부는 미국 경제 회복의 바로미터다. 미국 경제가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최악을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경기가 추세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회복돼야 가능하다. 소매판매는 '민간의 자발적인 경제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달 14일 4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했다는 소식에 다우지수가 2.2% 급락했다. 국내 시장도 외국인이 7개월여만에 사상 최대의 선물 매도에 나선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2.4% 떨어지는 등 미국 소매판매 지수가 갖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11일 발표되는 미국 소매판매가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폭과 지속 가능성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준일 경우 방향성 잃은 증시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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