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는 아직..." 한은, 유동성 '미세조정'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6.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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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공급 축소·통안채 발행 확대로 '우회 대응'

"흡수는 아직..." 한은, 유동성 '미세조정'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과 달러화 회수 등으로 신중한 유동성 조절에 나서고 있다. 다만 경기 회복 가시화에 대한 입장 표명은 유보한 채 유동성 흡수보다는 조절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 조정이나 긴축 입장 표명 등을 정이나 톱에 비유한다면 한은의 최근 수단은 조각도 정도라 할 만 하다.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잔액이 100억 달러로 줄었다고 9일 밝혔다. 당초 9일 만기도래액은 30억 달러 지만 재입찰액은 20억 달러로 줄였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중순까지만 해도 163억 5000만 달러였던 해당 대출 잔액은 60억 달러 이상 줄어들게 됐다.



또 국고채와 통안채를 활용한 유동성 조절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5일 국고채 5000억원어치를 입찰을 통해 매입했고 통안채 발행도 늘리고 있다. 통안채 발행은 안정적인 이자를 주는 대신 시중 자금을 흡수할 수 있어 우회적인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사용된다.

한은이 5월에 발행한 통안채 규모는 35조6600억원으로 올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한은은 1월 15조9700억원, 2월 19조3400억원, 3월 28조3400억원, 4월 30조4700억원 어치의 통안채를 풀었다.



이 같은 한은의 행보에 대해 단기간에 늘어난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와 단기간에 풀린 시중 자금을 염두에 둔 한은이 유동성 조절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대해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조절 쪽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3월 66억5000만 달러, 4월 42억8000만 달러)로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 규모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는 것.

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기 회복 이후의 물가 급등 우려를 설파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조용한 유동성 회수론이 힘을 받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행보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한은측은 “경기회복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미약한 정도고 현재로서는 긴축으로 읽힐 수 있는 정책을 펴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미세 조정 정도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동결 의견이 대세인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도 미약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기를 냉각시킬 위험이 큰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통안채 발행 등이 유효한 수단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11일 금통위에서는 금리 결정 수준보다 한은 총재의 경기 인식 변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성태 총재의 경기 언급, 국제 유가 상승과 주택분양 열기 등에 따른 유동성 관련 인식 변화 여부, 탈출 전략 등이 주요 관심 사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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