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화합형 대표 추대론'…출발부터 삐걱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6.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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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이은 '시즌2' 형태

-친박계 "'쇄신쇼' 그만하라."…정면 반대
-쇄신세력의 미묘한 입장 변화… 묘수일까, 자충수일까

"2일 쇄신특위 '끝장토론'을 열어 결론을 내겠다."(6월 1일 김선동 쇄신특위 대변인)

"끝장토론이란 표현을 쓴 적 없다…그렇게 다 정해진 대로 움직이면 정치 아니죠."(6월 8일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임기응변식 말바꾸기로 체면을 구겼다. 상황이 달라지면 표현도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원희룡 위원장은 지난 8일 오전에만 해도 "쇄신안이 거부되면 특위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오후 브리핑에서 특위활동 재개를 천명했다.



그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 '화합형 대표 추대론'이다. 이날 오전 박희태 대표는 "'반쪽짜리'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 대표직을 걸고 대화합의 길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쇄신세력에 '조건부 사퇴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합형 대표 추대, 전당대회 개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도부가 사퇴하겠다는 복안이다. 쇄신특위가 마련한 안을 지도부가 전폭 수용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구도대로라면 강력 추천할 만한 흐름이다.

답답함을 느꼈던 쇄신세력들은 일제히 이에 화합하고 나섰다. 쇄신특위는 활동 재개를 선언했고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친이(친 이명박)계 소장파 의원 모인은 '7인회'는 연판장 돌리기를 보류했다.


하지만 지도부와 쇄신세력간 공감대를 형성한 '묘수'에 대해 친이·친박(친 박근혜)계 모두 즉각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쇄신특위 위원으로 활동중인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이날 쇄신특위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특위 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튿날인 9일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화합형 조기 전당대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전대를 하면 누구나 참여할 자격과 권한이 있다. 그것을 제한한다면 참정권에 대한 제한이다. 추대한다면 쇄신정신에 반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화합형 대표 추대론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뒤이은 '시즌 2'의 형태지만 내용이 더 확대됐다. 원내대표가 아니라 당 대표를 친박 쪽에 내줄 수 있다는 것.

당연히 친박계는 지도부와 쇄신세력의 공조체제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표가 이를 수락한다면 '포스트 서거정국' 속에서 치러질 10월 재보선에서 나타날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당 지지율이 4년만에 민주당에 역전된 가운데 '미니 총선'이라 할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한다면 박 전 대표는 물론 친박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마치 화합형 대표 추대론이 현 난맥상을 헤쳐나갈 '정답'인 것처럼 제시하지만 이는 결국 박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또다른 카드일 뿐"이라며 "쇄신추진의 열쇠를 억지로 친박 쪽으로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장사가 안되는 분식집이 간판만 바꾸고 신장개업이라 써 붙이면 손님이 오냐"며 "이처럼 '쇄신 쇼'를 할 것이 아니라 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지부터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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