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기업 환율 하락 대비 '주문'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6.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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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환정책 미묘한 변화" 해석도

이 기사는 06월05일(11: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동안 원화 약세(환율 상승)로 수출에서 덕을 봐 왔지만 향후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환율이 급속하게 하락하는 것을 제어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환율 하락 대비 주문이 당국의 외환 정책 변화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원화 약세 '덕' 얼마나 봤나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원화 기준으로 24.3%였다. 달러화 기준 5.1% 증가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높았다. 즉 원화 약세로 원화 환산 금액이 커진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 기업들은 달러화 기준 매출 증가율이 14.4%였다. 하지만 엔화 기준으로는 0.5%에 그쳤다. 엔캐리 자금 회수 등으로 인한 엔화 강세 영향이다. 유로 지역은 달러화 기준 13.1%, 자국통화 기준 5.4%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결국 한국은 원화 약세로, 일본은 엔화 강세로 기업들의 희비가 각각 엇갈린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우리 수출기업 매출액 증가의 많은 부분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 극복 방법은



원화가 강세로 갈 경우 대비책은 일본의 예에서 찾기를 권고했다. 원가 절감과 가격 조정 전략, 고부가가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더불어 해외직접투자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기업의 환 리스크를 100% 제거할 수 있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달러 과잉 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도 2000년대 초반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전략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71년~73년 엔화 절상률이 35.7%였을 때 해외 직접투자액이 35억달러로 늘었고 절상률이 92.5%에 달했던 85년~88년에는 675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96년 이후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생산비율은 20%를 넘었다.

정부, 외환 정책의 미묘한 변화(?)

연초 1600원에 육박했던 달러/원 환율은 최근 1200원대로 급락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환율 하락 대비를 하라고 주문한 것은 정부가 향후에도 환율이 더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추가로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을 정부는 반기지 않는 눈치다. 수출기업의 경쟁력 제고, 또 그로 인한 국제 수지 개선 등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암암리에 환율 하락을 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환율 하락에 대비하라고 주문한 것이 정부 외환 정책의 미묘한 변화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거시 경제 흐름을 거스르면서 지속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기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과도한 개입에 따른 후유증을 겪어온 터라 향후 원화 절상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일본의 엔고 극복을 위한 체질개선 노력과 시사점'이라는 자료에서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 등에서 이점이 약해지고 있다"며 "우리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정부 한 관계자는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건 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대비해야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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