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통 없는 연찬회…내홍 깊어질 듯

과천(경기)=심재현 기자 2009.06.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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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와 지도부, 친이와 친박간 첨예한 갈등 표출

당·정·청 쇄신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찬회를 개최해 쇄신작업을 위한 결론을 내려 했지만 '백가쟁명식' 이견만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4일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고 4·29 재·보선 완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심 동요를 수습하기 위한 쇄신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채택된 결의문에는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쇄신안의 핵심 내용은 쏙 빠진 채 '민생 정치 강화' '당·정·청 소통 강화' 등 원칙적이고 두루뭉술한 내용만 담겼다.

당 쇄신특위와 친이(친 이명박)계 소장파 의원들이 내놓은 당 지도부 퇴진·조기 전당 대회 개최 요구에 대해 지도부와 친박(친 박근혜)계가 강력 반대했다. 쇄신을 놓고 당내 갈등과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쇄신파와 지도부간, 친이와 친박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내부 균열 가능성도 예상된다. 또 청와대가 당의 쇄신작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당청간 갈등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날 연찬회에서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은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사퇴와 조기 전대 개최를 요구했다.

정태근 의원은 "지금은 천막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고 박 대표의 사퇴는 국민에게 우리를 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라며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도 "절박감과 위기감이 팽배한 만큼 당과 정부, 대통령은 이에 버금가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그 핵심은 자기희생"이라며 "최소한 당이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재오계 임해규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출마를 막고 비대위는 친박계로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친박 진영은 지도부 사퇴론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민심 이반의 원인은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있다며 지도부 사퇴에 반대했다.

이정현 의원은 "조기 전대는 국민 관심사가 아니며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과 대통령의 정책기조"라며 "전대로 가면 이러한 기조의 쇄신이 묻혀버린다"며 조기 전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성헌 의원도 "민심이반의 원인은 당 지도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당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이벤트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도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은 "당이 먼저 바뀌고 청와대에 전이되도록 해야 한다"며 '선 당쇄신, 후 청와대 개편론'을 폈다. 남 의원은 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복귀한다 안한다는 논쟁으로 판이 흐려지고 있다"며 "이런 논쟁으로 조기 전대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전 대표도 손해고 모두 손해"라고 지적했다.

친이계 원로 그룹에서는 박희태 대표의 사퇴가 곧바로 지도부 공백과 친이·친박간 조기 당권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연찬회에는 소속 의원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전날 '2선 퇴진'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이 불참해 일찌감치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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