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치 식량만 남아 있다면…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6.0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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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대로 먹는다면 딱 10년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다고 하자. 그 사이에 먹을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으려 노력하겠지만 당장 눈 앞에는 10년치 식량 뿐이다.

당신이라면 이 10년치 식량을 아끼고 아껴 15~20년까지 버티며 장기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는가, 아니면 일단 배불리 먹어 힘을 낸 뒤 고민해보겠다는 배짱을 부릴 것인가.



이같은 가정을 지구 전체로 확장하면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라는 개념에 이르게 된다. 생태발자국은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 등 캐나다 경제학자들이 지난 1996년에 만든 개념으로 인류의 생존에 소모되는 자원의 양을 토지로 환산한 단위다.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는 지난 2005년까지 전세계 주요 통계를 종합, 분석해 지난해 '생태발자국과 생태적 수용력'이란 자료를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사용 가능한 지구상 토지는 2.1㏊이다. 이를 넘어서면 지구는 부담을 느낀다. 전세계 1인당 평균 생태발자국은 2.7㏊였다. 이미 지구상의 인구는 1인당 평균 0.6㏊정도 지구상의 토지를 초과 사용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 뿐인 지구'라는 주제로 환경회의를 개최한 것을 기념해 매년 6월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도 지난 1996년부터 이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해 기념해왔다. 올해 환경의 날은 14회째다.

한국은 올해로 14년째 환경의 날을 기념하고 있지만 생태발자국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 생태적으로 '나쁜 국가'에 속한다.


한국인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지구상 토지는 단 0.7㏊이지만 실제 사용하는 양은 이의 5배 이상인 3.7㏊에 달한다. 한국에 없는 3㏊는 다른 국가의 자원이다. 전 세계인들이 전부 한국인처럼 먹고 쓴다면 지구가 1.76개 있어야 한다.

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는 4일 2007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억7600만톤에 이른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10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증가율 16.2%의 6.64배에 이른다.



생태발자국을 10년치 식량에 대입해보자.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골고루 10년치 식량을 나눠준다면 한국은 7.3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만큼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나마 많이 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려면 많이 쓴 만큼 힘내고 노력해 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와 문명을 지탱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재빨리 개발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못할 바엔 쓰는 것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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