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韓 바닥통과" 국내선 "아직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학렬 기자 2009.06.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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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등 "한국 회복 빠를 것", 국내선 "경기하강 속도 늦춰진 정도"

해외 석학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한국 경제가 바닥을 쳤거나 침체 터널의 끝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바닥론은 국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같은 정책 당국에 의해서 부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선행지수와 내년도 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은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론은 회복 시기를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증시를 중심으로 싹텄던 낙관론과 바닥 통과론을 만개시킨 것은 의외로 경제 위기론을 설파해 닥터 둠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였다. 3년 전부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고 여전히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그는 지난달 28일 강연을 통해 "한국이 개방경제 국가로서 성공을 이룬 모범 사례"라며 "90년대 말 위기 이후 경제정책·시스템을 잘 바꿔 최근 위기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 경제성장률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 1.5%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OECD도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경기선행지수는 산업활동동향, 주택동향, 금융·통화 현황, 국내총생산(GDP) 흐름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통 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쓰인다.

우리나라가 경기선행지수의 상승폭이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회복시기도 빠르다는 견해도 OECD는 곁들였다. 한국이 대부분 나라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했던 지난해 10월 바닥을 찍고 5개월째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부처 수장들의 진단은 여전히 박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설비투자가 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여전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긍정적 견해 확산에 대해서는 "한국경제는 긍정적 지표와 부정적 지표가 혼재돼 있다"는 정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또 경기 방향은 하강이지만 속도가 느려지는 정도라는 인식이 대세다. 윤 장관은 "한국경제는 경기하강의 속도가 완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정도의 입장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시장 안정에도 실물경제 활동이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못 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총재는 "실물경제 하강 속도가 뚜렷하게 완만해졌다"면서도 "이에 해당하는 것은 일부 경제 및 심리지표 정도"라는 견해도 밝혔다.

심지어는 부정적인 요인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부서 내부 회의를 통해서긴 하지만 "경제가 좋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라"는 당부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쪽에서는 "실물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기조가 아닌데도 긍정적인 것만 부각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구조조정과 내수 위축에 이어지는 고용 충격에 대한 사전적인 대비 암시 성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반짝 회복론에 대한 경계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나은 상반기 실적 때문에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경우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KDI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경기가 완전히 회복추세에 들어섰다고 보기엔 이르다"며 영국의 금융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대표적인 불확실성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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