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전환점? '돈줄 죌 시기' 고심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6.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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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 경기 사이에서 갈등 심화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돈줄을 죌 시점인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최악의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제로' 금리와 유동성 완화 정책을 펴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제 통화 정책을 전환해야할 시점이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의 시작이다. 긴축의 타이밍이 너무 빠르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반면 자칫 실기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FRB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 그래프3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 그래프


토마스 회니그 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3일(현지시간) 관련 책임 당국자 중 처음으로 '지금이 금리를 올려야할 때'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회니그 총재는 와이오밍에서 연설을 통해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할 시기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라면서 "이는 시장이 재정적자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FRB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힘든 상태가 되기 전에 시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야야 한다"면서 "현 시점은 통화정책 균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이날 의회 증언에서 "미국의 재정적자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균형 재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균형 재정에는 긴축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버냉키 의장은 앞서 "연준이 대규모 경기부양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며 경기부양책 중단과 긴축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감소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증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가능성마저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유동성이 결국 통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자문을 맡은 유니버사인베스트먼트는 '인플레이션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닥터둠' 마크 파버도 초인플레이션 시대를 예견했다. 그는 "정부 부채 증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때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해 짐바브웨와 맞먹는 초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8~10%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잇단 인플레이션 전망이 쏟아져 나오자 FRB 내부에서도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과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경제 회복 신호가 나타날 경우 즉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긴급 대출프로그램을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만약 FRB가 경기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긴축에 나설 경우 경기는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회복불능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침체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3일 "장기국채수익률 급등이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경제가 파국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긴축 타이밍이 늦는다면 인플레이션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전세계에 풀린 엄청난 유동성이 부동산 원유 금 곡물 등 자산에 몰리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마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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