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CEO "美카드업계 구조조정 압력 직면"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9.06.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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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신용카드사 비자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카드 업계가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손더스 비자 최고경영자(CEO)는 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금융당국의 규제와 경기침체로 인한 수익성 약화로 인해 미 카드 업계가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신용카드 이용자 보호 법안이 내년 2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면 카드 업체들은 연체 금리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릴 수 없게 된다. 손더스 CEO는 이로 인해 과거보다 더 적은 사람들에게 더 적은 신용한도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신용카드 시장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캐피탈원,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 등 6개 업체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지만, 대규모 실업 사태로 카드 연체가 급증하면서 연간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처지가 됐다.



3월말 기준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빚은 9450억달러에 달한다. 작년말 9620억달러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수치지만, 10년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5% 가량 많다.

비자는 사업구조가 신용대출보다 거래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편이지만, 소비가 침체되면서 신용카드 거래금액이 줄어들어 매출액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장기간 미국 경제가 활황기를 누리면서 신용카드는 미국인들의 삶, 즉 '아메리칸 웨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장기간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하는 '근검절약형'으로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카드 업계의 큰 고민이다.


이에 대해 손더스 CEO는 비록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줄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현금과 수표보다 전자결제를 선호하고 있으며, 직불카드 사용액이 증가하면서 신용카드의 부족분을 보완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은행 계좌에서 바로 지급돼 잔액 범위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직불카드는 미국에서 지난 1분기에 사상 최초로 신용카드 사용액을 웃돌았다. 이는 미국인들이 소득 범위 이내로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카드 결제 금액은 줄었지만 직불카드 사용이 증가하는 등 전자결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용카드의 거래수수료 수입도 다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손더스는 "지금 위기가 '쓰나미' 수준은 아니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액은 계속 증가할 것이며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소비심리가 강하게 되살아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경제의 경직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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