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조용한' 유동성조이기, 시장 긴장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6.01 16:16
글자크기

통안채 발행 확대해 자금흡수…과잉유동성 우려 반영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 발행을 늘리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을 조금씩 거둬들이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 건 아니지만, 유동성의 속도조절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풀이하고 있다. 그간 한은의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한은은 지난달 통안채 35조66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 1월 발행액인 15조970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돈 규모다.



韓銀 '조용한' 유동성조이기, 시장 긴장


한은은 2월 18조9300억원을 발행한데 이어 3월 29조2400억원, 4월 26조4700억원어치 통안채를 풀었다.

한은은 통안채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금리를 주는 대신 자금을 받기 때문에 유동성 조절 수단의 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올 들어 한은이 통안채 발행을 늘렸다는 건 시중에 풀린 자금이 그 만큼 적정 수준을 넘어 섰다고 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한은의 통안채 발행제도를 개편하면서 발행일을 조정했는데 이는 국고채 입찰과 겹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지만 유동성 조절을 보다 장기화하려는 목적"이라며 "2년물 정례입찰 물량을 늘리고 1년물 이표채가 신규로 발행되는 등 장기물 발행 물량이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1~5월중 1년물 이상 통안채 발행 물량은 금융기관 창구판매를 포함한 비정례입찰까지 합쳐 월평균 4조4000억원이었는데, 개편 후 정례입찰만 따져도 월평균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올들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달러를 원화로 교환해 늘어난 부분을 고려해 한은이 이를 흡수하려고 통안채 발행을 늘린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그 만큼 유동성 조절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줄이려는 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당국의 통화완화 기조도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채권금리를 상승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간 유동성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정책 당국도 경기회복을 보이기 전에 긴축 전환을 염두해 둘 것"이라며 "미시적으로 단기자금의 흡수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은 이를 긴축으로 보고 금리에 선반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은이 돈줄을 줄이는 긴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지에 대해선 아직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황태연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유동성 수준을 살펴보면 과거 IT 버블 붕괴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매우 높다"며 "이는 GDP 감소폭이 유동성 증가폭보다 더욱 컸기 때문으로 명목 GDP(물가 변동률 감안한)가 잠재 GDP(물가 상승압력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 수준에 근접할 경우 과잉 유동성처럼 보인 수치도 자연스레 줄 수 있어 긴축정책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