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하향 안정화… 인플레 걱정 덜어

여한구.이학렬 기자 2009.06.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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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밥상 물가와의 괴리감은 커져

물가가 하향안정화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2.7% 오르면서 20개월만에 2%로 떨어졌다. 전체적인 물가추이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도 5개월째 상승폭이 둔화됐다.

당분간 인플레이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러나 이달들어 공공요금과 교통요금이 들썩이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로 반전돼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부담은 여전하다.



◇물가 상승률 하락세=전년동월대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2007년 9월(2.3%) 이후 1년8개월만에 다시 2%대로 내려갔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5.9%로 치솟았으나 그후 하향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3.7%로 내려갔다가 2월에는 4.1%로 반등했지만 3월 3.9%, 4월 3.6%에 이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10.8% 상승하면서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반면 지난해 고유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석유류는 전년동월대비 17.4% 하락했다. 서비스는 2.3% 상승했다.

주요품목별로는 배추가 전년동월대비 107.1% 올랐고 닭고기는 41.1% 상승했다. 이밖에 △명태 44.3% △양파 34.7% △고등어 43.3%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휘발유는 12.9% 떨어졌고 경유와 등유는 각각 22.9%, 30.9% 하락했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역시 15.4% 하락해 유가 하락을 반영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152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8% 올랐다. 이런 수치는 2002년 8월 1.8%이후 6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달보다는 0.2% 떨어졌다.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근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9%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5.6%로 정점을 찍은 이후 5개월째 상승폭이 둔화됐으며 3%대 재진입은 지난해 5월(3.9%) 이후 1년만이다.

송성헌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지난해보다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석유류 가격이 많이 내려 물가 오름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물가 걱정은 여전=외국보다 높은 지점에서 형성되던 물가가 점차 보조를 맞추고는 있지만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서울의 택시요금이 1일부터 인상된데 이어서 다른지역에서도 줄줄이 인상될 예정으로 있다. 서울과 인천의 택시 기본요금(2㎞ 기준)은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이 올랐다. 서울의 경우는 2005년6월(17.52%) 이후 4년만의 인상이다. 경기도 택시 역시 8월1일부터 기본요금이 2400원으로 인상된다.

정부가 억눌러왔던 전기요금도 하반기에는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전력의 잇단 전기요금 인상 요청을 묵살해왔지만 한전이 지난해 3조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더이상 억제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의 도시가스요금도 6월1일부터 ㎥당 659.90원에서 662.41원으로 0.38% 인상됐다.

한동안 내려가던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동반 상승추세에 있다. 서울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지난해말 1349원대까지 떨어졌지만 5월말에는 1621.55원까지 치솟았다.

또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최고점을 찍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올들어 여러 품목 중에서도 농수산물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밥상물가'는 그 어느때보다도 높게 형성돼 있다. 경제한파로 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된 것을 감안하면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물가 부담은 지표물가와는 격차는 더 커진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높아 보이지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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