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직장폐쇄' 전운 도는 쌍용차 평택공장

평택(경기)=김보형 기자 2009.06.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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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직장폐쇄 철회·정부교섭 요구… 사측 "생산 멈추면 회사문 닫아야"

 "행동에는 행동밖에 없습니다. 현장을 요새화해 쉽게 물러서지 않을 생각입니다."

 노조의 '옥쇄파업'에 맞서 지난달 31일부터 직장폐쇄에 돌입한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그야말로 '전운'이 감돌았다.

노조는 정문을 비롯한 공장 주요지점에 컨테이너 박스와 각종 기자재들로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생존을 위해 저항하다 보면 상식을 초월할 수 있다"면서 "사측과 공권력의 뜻대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직장폐쇄 철회를 위해 정부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노조가 희생을 각오하고 만든 자구안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직장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상하이차 지분을 제외하면 쌍용차는 사실상 국영 기업인만큼 이제 정부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어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굴뚝 농성중인 조합원 3명의 단식투쟁과 생산시설 요새화를 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도 "직장폐쇄 조치도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사측에 확인을 요구해서야 알 수 있었다"며 "사측은 정리해고 등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때도 노조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1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쇠파이프와 안전모로 무장한 '사수대' 수 백 여명이 함께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얼굴을 가린 한 사수대 노조원은 "쌍용차를 살리려고 창원공장에서 평택까지 올라왔다"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데군데 노조원들의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 노조원 부인은 "60만~70만원 나오던 월급이 지난달부터는 아예 끊겼다"면서 "더 이상 카드 돌려막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살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20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은 도장, 조립 등 생산라인별로 관할 구역을 설정해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으며 본사 건물 입구에는 죽봉과 쇠파이프 등을 준비해놓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구체적인 옥쇄파업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정문이 무너지면 다음 거점으로 이동해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생산된 신차를 공장 주변에 바리케이드로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조립공장 벽 한 켠에 써있는 '작지만 강한 회사' 'SUV·RV 뉴 리더'란 말이 무색하게 쌍용차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던 'C200' 조립라인도 건설이 중단된 채 서 있다. '로디우스' '카이런' 등의 차체 프레임과 타이어 휠 등도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다.

 회사 측은 지금과 같은 총파업과 공장 점거는 말 그대로 '다같이 죽자'는 것 이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관리 상태로 외상거래를 할 수 없어 매달 판매수입으로 생산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이 멈추면 쌍용차는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다.



 쌍용차의 한 임원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2500억 원을 지원받으려면 인력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노조가 지금과 같이 해고 철회를 선 조건으로 내건다면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폐쇄 조치 자체가 부당 점거자에 대한 퇴거조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따로 신고하지 않아도 공권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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