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금호 줄다리기, 신경전 가시화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6.01 13:53
글자크기

채권단 "핵심계열사 내놔야"vs금호 "제3의 FI 유치"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간 신경전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예정일을 넘기면서까지 자구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이루지 못하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호가 대우건설 (3,720원 ▲70 +1.92%) 풋옵션 거래와 관련한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계열사 매각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금호와의 협상에 난항을 토로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고 모든 것이 기회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가짐으로써 얻는 이익과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잘 따져야 한다"며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너무 비싸게 샀다"고 꼬집었다.

금호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당시 18개 재무적투자자(FI)에게 3조5000여억원을 지원받았다. 대신 올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풋백옵션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1만원을 조금 웃도는 현 주가를 감안하면 금호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조~4조원에 이른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호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려면 대한통운 (95,100원 ▲900 +0.96%)이나 대우건설 등 알짜계열사를 내놔야 한다"며 "이런 노력도 없이 무작정 지원해달라고 한다면 채권단으로서도 (지원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가 금호생명 및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또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예전에 (자구안으로) 금호생명 매각안을 내놨지만 진일보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채권단의 퇴짜를 맞았다"며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호는 채권단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난색을 표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핵심계열사 매각설은 전면 부인했다. 금호 관계자는 "대한통운이나 대우건설 지분매각은 그룹 내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대우건설 지분은 금호가 33%, 채권단이 39% 각각 갖고 있다. 만일 산은 구조조정 사모펀드(PEF)가 지분을 11% 이상 인수하면 금호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대우건설 주가도 빠질 대로 빠져있어 보전해야 할 풋옵션 차액도 부담이다. 때문에 금호는 PEF가 아닌 제3의 FI를 모집해 풋옵션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단 풋옵션 거래를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금호 관계자는 "내년 6월부터 기존 FI(채권단)에 대한 풋옵션 자금수요가 발생하는데 모두 상환하고 제3의 FI를 유치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제3의 FI와는 오랫동안 얘기를 해와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기 때문에 금명간 MOU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약정 체결일이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가 됐다. 조만간 큰틀에 대해서만 합의할 것으로 알려지지만 세부내용에 대한 논의가 완료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