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경기 평가 "다르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6.01 14:22
글자크기

윤증현 "선방하고 있다" VS 이윤호 "위기 지속 홍보하라"

"다른 국가들은 수출이 40~50% 줄었는데 20%대로 감소한 것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기까지 아직 멀었다. 유가와 환율, 북핵 문제가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이동근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같은 수출 실적을 놓고 부처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광공업 생산과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동시에 수출 감소율이 20%대로 유지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정부 일부에서는 경기 회복론이 경기 부양과 기업 구조조정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을 경계해 같은 사안을 놓고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3% 감소한 282억25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감소율은 4월 19.6%에서 크게 악화됐다. 다만 무역수지는 51억5000만달러 흑자로 4월에 이어 2달 연속 50억달러 넘는 흑자를 나타냈다.

이동근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5월 수출입 실적에 대해 "당초 수출이 23∼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고 평가했다. 지난 2,3월 실적을 발표할 때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인 것에 방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이 실장은 "수출이 이처럼 나쁘게 나왔기 때문에 5월 산업활동동향 등 다른 경기지표도 상당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달 월초 노동절 휴무로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줄어들고 지난해 1∼3분기 고유가로 석유제품 수출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늘었던 것을 고려할 때 수출이 더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 1월 9억9000만달러에서 5월 12억8000만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부처 간에 수출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이날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한-아세안 경제협력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생산과 (소비)지출이 향상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봐 경제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반면 이윤호 장관은 지난달 29일 1급 간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가 좋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평가가 갈리는 것은 경제 정책 목적을 염두에 두고 경제 사안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실물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기조가 아닌데도 긍정적인 것만 부각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근 실장도 수출 상황을 좋지 않게 본 데 대해 "4,5월 들어 외환시장 안정되면서 대외 신인도보다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적이지 않은 시각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부처별 입장은 있겠지만 정책 공조가 이뤄지려면 평가는 일관적이어야 한다"며 "특히나 정부 부처 수장의 발언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큰데 그때그때 판단이 다르면 자칫 시장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