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을 위해 자신의 자동차도 빌려준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고영섭(63ㆍ사진) 제주항공 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 달 간 매주 수요일 예매한 고객 선착순 10명 중 1명에게 출발지에서 김포공항까지 자신의 차를 제공했다.
주황색 'Jeju Air(제주항공)'라는 선명한 글씨가 새겨진 낯선 비행기가 2006년 6월 첫 비행을 시작한 지 3년이 됐다.
◇암행에 나설 때마다 항상 흐뭇해
그는 특히 제주항공 직원들에 대한 애틋함과 감사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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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창립 멤버 대부분이 대형 항공사 출신입니다. 처음에는 사실 이른바 '폼' 이 남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어깨의 힘을 빼고 이젠 완전히 제주항공 직원이 됐습니다. 신입사원들도 마찬가지구요. 제주항공 직원들은 '일당백'하는 직원들이 됐습니다. "
'일' 앞에서만큼은 호랑이처럼 엄하다. 30년 가까운 군 생활이 몸에 배 있기 때문이다. 1969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고 사장은 1998년 공군 준장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2002년 제주도 지역항공사 설립추진 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항공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 경영에 까막눈, '재미'에 눈뜨다
고 사장은 군 출신 이다보니 경영자로서의 어려움도 적잖게 겪었다. 경영의 '경'자도 모르던 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이 스스로의 평가다.
"제주도에서 지역항공사설립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2005년 1월 제주항공 부사장으로 영입됐죠. 기업에서는 예산이 아니라 매출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 나가야하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책도 보고 실제 상황을 직접 부딪치면서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군 생활로 인해 몸에 베인 '딱딱함'을 '유연함'으로 바꾸고자 노력했다. 이른바 '어깨에 힘을 빼고자' 애썼다는 것. 직원들 생일 파티에도 참석하고 전 직원이 함께 하는 아침 '국민 체조'도 열심히 한다.
↑제주항공 승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고영섭 사장
그는 펀(funㆍ재미)경영을 강조한다. 제주항공의 경쟁력을 '재미'에서 찾은 것이다.
↑제주항공 고영섭사장이 한달간 칭송메일을 받은 승무원들을 포상하고 있다.
"제주항공을 대표하는 단어로 '재미'가 고객들에게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고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 제주항공의 모습에 만족스럽습니다."
◇ 한국형 하이브리드 저가항공사를 꿈꾼다
제주항공은 국내 제3 정기항공사이자 저가항공사의 대표주자격이다.
한성항공 등 다른 저가항공사들이 제주항공과 같이 출발했으나 운항을 접었다. 현재 국내 저가항공시장은 제주항공, 진에어(대한항공 계열),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의 3파전 양상이다.
이에 고 사장은 책임감과 함께 부담감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저가항공사의 장점과 대형항공사의 서비스를 접목시킨 '한국형 하이브리드(Hybrid)식' 저가항공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가솔린과 전기에너지를 혼합한 하이브리드카가 주목받고 있죠. 저비용항공사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가항공사의 장점과 대형 항공사의 장점을 접목시킨 하이브리드형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