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이창용의 경제진단

정리=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05.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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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동문' 루비니 교수·이창용 부위원장 세계경제 진단

-루비니 "연말 침체 끝날 것… 주식랠리 너무 빨라"
-이창용 "韓 빠른회복 잠재력, 증시방향은 예측불가"

금융위기 예언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미국 하버드대 동문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마주앉았다. 29일 SBS '서울디지털포럼' 특별 대담 프로그램에서다.

두 사람은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의 애제자로 각각 미국과 한국의 대표적 금융학자로 꼽힌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루비니 교수와 금융정책 수립의 최전방에 서 있는 이 부위원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두 사람은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사진 오른쪽)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 증시 전망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루비니·이창용의 경제진단


[세계 경제 회복 전망은]
루비니 교수 : 지금 매우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있다. 희소식이 있다면 세계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이 굉장히 많은 정책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라고 할 수 있겠다. 연말쯤 되면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가 끝날 것으로 본다.



이 부위원장 : 98년도 외환위기처럼 V자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진 않고 있다. 다만 회복 속도가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회복할 지, 아니면 또 한 번 침체가 될 지 관심을 갖고 있다.

루비니 교수 : 일단 회복은 더디게 올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예전의 잠재성장률로 돌아가려면 1~2년은 걸릴 것이다.

[세계 경기 회복 유형은]
루비니 교수 : 지난해 낙관론자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짧고 얕을 것이며 V자 형태로 대략 8개월 정도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저는 U자 형태의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17개월째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말 끝나더라도 24개월 지속된 셈이다. 경기 불황에 근접하는 L자 형태도 가능하다고 봤는데 극단적 불황은 없을 것으로 본다. 이제 U자 형태의 회복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W형태의 이중침체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희박하긴 하지만 내년 연말까지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 이중침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또 재정적자도 부담이다. 경기가 회복돼도 얼마든지 경기가 다시 하강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회복은]
루비니 교수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금융, 정책 등 기초체력이 선진국보다 건전하다. 하지만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게 한계다. 회복을 위해선 결국 내수를 진작하고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 부위원장 :아시아국가 내에서도 국가 간 차별이 일어날 것 같다. 우선 재정여력이 충분해 확장 정책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나라,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이 더 용이한 나라 등이 훨씬 더 유리할 것 같다. 우리는 내수로 전환할 능력이 더 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이 회복 국면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 전망은]
루비니 교수 : 지난 2개월 동안 세계증시가 30~40% 가량 급상승했다. 이를 두고 시장 투자자 심리가 회복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일찍 낙관적으로 돌변했다는 게 문제다. 6개월 더 늦춰진 연말까지는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다. 기업수익 악화라는 부정적 소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랠리가 너무 빨리, 너무 일찍 왔다고 보기 때문에 연내 주식 시장이 한 번 더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

[국내 증시가 오르는 이유는]
이 부위원장 : 올 들어 30%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 우리 증시가 너무 심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루비니 교수 얘기처럼 우리 증시가 오를지 내릴지 아니면 조정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투자 유망 자산은]
루비니 교수 : 저는 자산배분을 할 때 투자시기를 단기와 중장기로 나눈다. 연말까지 단기로 봤을 때 변동성이 높고 부침이 심할 수 있다. 연말까지는 주식이나 신용상품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게 가져가실 것을 권고 드린다. 중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주식시장이 견고한 반등을 보일 것으로 본다. 회사채 금리가 내려가고 수익성도 회복되면 에너지와 원유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다. 전반적으로 신흥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 통화 자산 가격이 견조한 상승을 보일 것이다.

[재정 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대책은]
루비니 교수 : 통화 측면에서 보면 현재 유동성 과잉 상태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다. 그런데 회복 이후에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조절해야 하고 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중에 돈이 넘치면 자산에 거품이 또 낄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우선 경기침체에서 회복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부위원장 : 루비니 교수 말씀대로 회복 상황 때 부작용에 방점을 찍고 정책할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재정과 통화팽창 정책으로 경기 부양하는 기조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직 금리 등 통화대책에 대해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제가 굉장히 걱정하는 것은 회복 국면에 들어갔을 때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회복세가 시작되면 중요한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



[금융권 구조조정과 규제 필요성은]
루비니 교수 : 금융기관들의 자본이 더 확충돼야 하고 부채비율도 더 낮춰야 한다. 비상시 투입될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은행 최고 경영자와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보상체계를 합리화 해야 한다. 많은 금융기관이 국제화돼 있고 세계 곳곳에 지점이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감독 규제의 틀도 갖춰야 한다. 개방화, 시장, 세계화에 대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다시는 지금과 같은 과잉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된다.

[국내 구조조정은]
이 부위원장 : 중국의 자동차 산업처럼 우리도 지난 수년간 호황 과정에서 과도한 생산시설을 가졌다. 지금 위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 빨리 왔다. 위기가 없더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반드시 있다. 이런 부분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된다. 금융시장이 당분간 안정스러울 때 구조조정을 완성시켜 체질을 개선해놓아야 한다.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나타나고 있는데]
루비니 교수 : 일자리를 지키고, 자국의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직면했다고 각 국가가 개별 또는 집단적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취해서는 안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세계 교역량이 올해 들어 이미 상당히 줄었다. 수출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 정책까지 취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거다. 회복속도도 더뎌진다.



[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위상은]
루비니 교수 :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개방과 시장개혁을 해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수출에 덜 의존하고 내수를 진작 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시민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주고, 저축을 덜하고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오염과 환경파괴 문제들도 심각하다. 소득불균형과 지역 불균형 문제도 있다. 산적한 과제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일본 등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 역내 협력을 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G20이라는 테두리에서 협력해 우리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위상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 부위원장 : 중국이 우리 산업을 따라 잡으면 갈 곳이 없다는 비관적 견해와 중국 경제가 팽창하면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한테 더 좋은 기회라는 견해가 상존하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 전망은]
루비니 교수 :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과잉 소비가 이번 위기를 불렀지만, 미국 경제는 매우 역동적이고, 기업가 정신도 투철하다. 기술력도 탁월하다. 많은 신생 벤처기업들이 있어 미래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더 이상 지난 30~40년 전과 같은 독보적인 지위를 향유하지는 못하지만, 중기적으로 봤을 때 다시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정부의 위기 관리 노력은]
루비니 교수 : 한국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감독이 강화되고 통화·재정·환율 정책의 틀도 많이 갖췄다.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아 자금흐름에 취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책 수단과 여건이 좋기 때문에 경기 조절적 재정정책을 취할 수 있었다. 통화와 재정 완화를 통해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제 때 제공했다. 경제회복 여부는 한국이 얼마나 적절한 정책을 집행하느냐에 달려있다. 한국은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정책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위기의 교훈이 있다면]
이 부위원장 : 전세계가 굉장히 더디게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취약점들을 전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때에 고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구조조정도 게을리 하면 안되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안정성을 더 제고시켜야 한다.

루비니 교수 : 세계적으로 과잉 불균형이 있으면 이는 곧 위기로 이어진다. 일부 국가의 금융시스템에 과잉불균형이 존재했다. 너무나 많은 위험을 떠안았고 부채 비율이 너무 높았다. 특히 가계와 개인의 부채 비율이 높았다. 금융기관의 규제, 감독은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중국과 독일·일본, 그리고 신흥 국가들은 생산을 담당했다. 최근 들어 소비 국가가 소비를 줄인 만큼 생산 국가는 저축을 덜하고 소비를 늘려야 한다. 글로벌 수요를 창출해서 글로벌 성장을 다시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은 멈출 것이다.

IMF,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 체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만큼 아시아가 주요 시장으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료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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