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쩍벌남'을 위한 변명

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2009.06.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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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SEX & FEEL

가끔 병원까지 지하철로 출근을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지하철 '쩍벌남'이다. 쩍벌남 옆에 앉은 사람은 대부분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디까지 함께 가는 것인지는 몰라도, 출근길이 참 멀게 느껴지겠구나 싶다.

다리를 크게 벌리고 앉아 주변에 불편을 끼치는 쩍벌남들, 그들은 왜 다리를 있는 대로 활짝 벌려 주변의 눈총을 사는 것일까?



필자는 비뇨기과의사로서 쩍벌남의 행위가 일면 이해가 된다. 이는 남성의 성 건강 측면과도 무관하지 않다.

남성의 고환은 정자를 생산하고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음낭이라 불리는 피부의 주머니에 들어있는데 각 고환의 크기는 약 4cm이다. 이러한 고환 안에는 ‘곡정세관’이라 불리는, 정자를 생산하는 수백개의 작고 나선형으로 된 관이 있다. 여기서 정자는 그 크기가 커질 때까지 자라게 된다. 한마디로 정자의 인큐베이터쯤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때 고환은 그 온도가 체온보다 3~5℃ 정도 아래여야 정자 생산 기능이 활발해진다.



고환을 감싸고 있는 음낭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잡혀있는 것도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즉 한여름과 같이 더울 때는 주름이 펴지면서 표면적을 최대한으로 넓혀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겨울에는 주름이 바싹 잡히면서 최대한 열방출을 막게 된다.

이렇게 따지면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않는 것은 고환의 온도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방법인 셈이다.

청바지나 꼭 끼는 속옷을 피하라는 말도 이로 인해 음낭의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즉 정자의 운동성이나 발기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동일한 이유로 딱 달라붙는 삼각팬티나 과도한 사우나도 피해야 한다.


실제로 어떤 사막의 민족은 낙타의 임신을 원하지 않을 때 수컷의 고환을 두꺼운 털로 덮어준다고 한다. 고환을 따뜻하게 만들어 생식 능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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