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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09.06.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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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사기경보/ ⑤신용카드 사기

편집자주 세상이 변한 만큼 '사기'도 변했다. 수법은 상상력이 부족할 정도로 교묘해졌다. 공간은 자유자재로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이렇게 살벌ㆍ씁쓸한 시대에는 사기 당하지는 않는 것도 재테크다. 정신 바짝 차려야 자기 돈과 신용을 지킬 수 있다. 날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발전하는 사기의 세계와 그 대응 요령을 공개한다.

"도착했습니다.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시려면 카드 비밀번호를 눌러주세요."

회사원 김모씨는 얼마 전 만취한 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택시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려 하자 택시기사는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라 요구했고, 김씨는 카드결제기의 번호판에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승인이 되지 않아 김씨는 현금으로 택시요금을 계산한 후 집에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김씨는 휴대전화 SMS 문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 밤 택시비를 결제하려고 했던 신용카드 외에 또 다른 신용카드에서 현금서비스 150만원이 인출된 것.

술 취한 김씨 지갑에서 미리 신용카드 한장을 훔친 택시기사가 다른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도록 유도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이다.



택시요금을 포함한 모든 신용카드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김씨는 술김에 자신의 소중한 정보를 노출하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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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조심 또 조심"

김씨의 경우는 최근 A카드사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고 사례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사기 및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 수법이 더욱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어 카드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물론 모든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비밀번호를 비롯해 신용카드와 관련한 개인정보를 노출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순간의 부주의로 신용카드 부정사용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신용카드 도난 및 부정사용의 절반 이상이 음주 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B카드사에서는 속칭 '카드깡'으로 인한 신용카드 부정사용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B카드사 회원인 이모씨는 자신이 한 적 없는 신용카드 거래가 인터넷쇼핑몰에서 무려 10여차례 승인됐던 사실을 카드명세서를 통해 알게 됐다. 이씨는 곧바로 카드사에 사고를 접수했고, 카드사는 정보유출 경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약 5년 전 이씨가 카드깡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카드깡 업자가 몇년 간 보관해왔던 이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불법거래를 한 것이다.

신용카드 없이 온라인을 통해 결제하는 '키인(Key In) 거래'는 개인정보만으로도 카드가 부정사용 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C카드사에서는 '웃기지만 웃지 못 할' 사고가 접수된 바 있다.

한 20대 중반 여성회원의 카드가 새벽 두시께 남성전용 유흥업소에서 결제된 것.

카드 거래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FDS(부정사용방지시스템, Fraud Detection System)의 한 직원은 이를 수상히 여겨 이 사실을 회원에게 곧바로 알려줬고, 카드 부정사용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경찰서로 사고가 접수돼 경찰이 유흥업소를 찾아가 해당 신용카드 사용자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 신용카드를 사용한 남성은 다름 아닌 여성 고객의 약혼남이었던 것. 약혼남이 허락 없이 카드를 가져가 유흥업소에서 사용하다 벌어진 황당한 에피소드다.

◆"지갑 속 카드를 현금처럼 대하라"

"자신의 지갑에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다면 지갑을 관리하는 데 상당히 신경 쓰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무감각한 것 같습니다."

심재민 하나은행 사고조사팀 대리는 고객들의 안일한 카드 관리를 이같이 지적했다.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지갑에 카드 사용한도만큼 현금이 있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용카드 역시 현금을 관리하는 정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일부 회원들은 신용카드 사고금액이 보험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오해한다"며 "신용카드 부정사용에 대해선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고 방지와 신속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카드를 분실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지만 만약을 대비해 SMS 문자 서비스를 꼭 신청하고, 카드 비밀번호와 휴대전화 잠금설정 비밀번호도 다르게 설정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휴면카드는 반드시 없애버릴 것을 권했다. 지인의 부탁으로 카드를 발급받은 후 카드가 발급된 사실 자체도 잊고 있다가 관리를 소홀히 해 분실, 도난, 부정 사용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회원들이 카드 규정이나 약관에 대해 무지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사용자들 스스로 카드 오용 및 부정사용에 미리 대비하고 개인회원 약관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지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약관상 비밀번호 누설, 카드 대여 및 양도, 카드도난 지연 신고 등으로 인해 카드가 부정 사용됐을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백승범 여신금융협회 홍보팀장은 "카드 사기 및 사고 수법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모든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사고를 막기 위해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대응하고 있지만, 각 개인들의 올바른 카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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