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도 못하고 가는 분들, 죄송하고 속상해요"

봉하(김해)=김지민 기자 2009.05.26 14:02
글자크기

[인터뷰]이외연 '진영농협 고향을 사랑하는 주부모임' 회장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오셨을 때 그렇게 행복해 보이던 얼굴을 이제는 영정 사진으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15개월 전인 지난해 2월 25일.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 땅을 밟았을 때 함께 했던 얼굴들이 있다. 누구의 이끌림 없이 고향사람 '노무현'이 좋아 그를 맞이했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외연(62) '고주모'(김해 진영농협 고향을 사랑하는 주부들의 모임)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이임 후 환영행사 때도 지금처럼 노 전 대통령을 보려고 찾아온 수만명에게 끼니를 대접하기 위해 국밥을 준비했다.



"두 가지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노 전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런 길을 택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하나고, 먼 곳에서 오셨는데 음식이 떨어져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가시는 분들을 볼 때 너무 속상합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표정이 생생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이임식 때도 진영새마을부녀회, 적십자, 자유총연맹, 국가로타리, 문화의 집 등 7개 시민단체에서 나온 100여 명의 봉사자들과 환영 행사를 준비했던 기억이 사무친다.



하지만 '가슴이 어릴 정도로 슬프지만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고 생각했던 그는 고주모 회원들과 함께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식수대를 지키며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이들은 조문객들을 위해 국밥, 시루떡, 컵라면, 수박, 생수 등을 준비했다.

그는 선명했던 노 전 대통령의 표정 때문에 정작 분향소를 코앞에 두고도 분향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도 살아계신 것 같아 분향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조문객들 한 분 한 분에게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아 잠시의 여유도 내지 못하겠네요."

이임 환영행사 당시보다 수십배 많은 인원이 분향소를 찾자 지난 24일 국밥과 라면 등이 일시적으로 동이 나기도 했다. 그는 "멀리서 이곳까지 찾아오셨는데 생수 밖에 못 드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죄송했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