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vs 사업구조조정?

더벨 김동희 기자, 김참 기자 2009.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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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쌓는 군인공제회 ] ① 현금확보 '혈안' 배경 의문

이 기사는 05월22일(09: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한차례 곤욕을 치른 군인공제회가 잇따라 투자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시장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은 시점에서 군인공제회의 갑작스런 행동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단 유동화···투자금 6700억 회수 예정

군인공제회가 올들어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하려는 사업장은 드러난 곳만 4곳. 금액으로 5000억원 대에 달한다. 여기에 스타밴코리아와 한국캐피탈 매각도 추진, 총 67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현금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업장은 2500억원 규모의 용인 남사지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건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한차례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군인공제회는 남사지구 개발사업 PF대출건을 한화투신운용과 함께 1년 6개월짜리 부동산펀드로 설정한 후 이를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해 유동화에 나선다는 게 세부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기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데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유동성 논란이 재점화될 기미를 보이자 불과 일주일만에 비교적 발행이 손쉬운 ABCP로 방향을 바꿔 금융시장을 다시 찾았다.


사모형 펀드를 설정할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제회의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발행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동성 위기 vs 사업구조조정?


이외에도 군인공제회는 화성 반월동 아파트 PF사업도 매각해 1000억원을 회수했으며 추가로 2~3건의 PF대출을 유동화할 예정이다. 또 영국계 세컨더리펀드(유동화펀드)에 투자자산 일부를 매각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시장에 돌고 있다.

갑작스런 자산 유동화에 대해 일각에선 "지난해 겪었던 유동성 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군인공제회가 당장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라는 쪽이다.

군인공제회측도 "현금화한 재원으로 안정적인 자산을 매입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군인공제회의 전체적인 사업구조와 자금조달 전략에 대변화가 시작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연기금 감사단의 강도높은 감사와 민간 출신의 자산운용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한 것도 이같은 분석의 배경으로 꼽힌다.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유동성 위험 취약

그동안 군인공제회는 줄곧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사업구조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산-부채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아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군인공제회의 차입금 중 99%가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지만 투자의 80%는 1년 이상 장기자산이다.

특히 투자한 자산이 대부분 장기로 이뤄지는 대체투자라는 점에서 위험성도 높았다. 전체 금융투자자산 2조8051억원 가운데 지분인수, 사모투자펀드(PEF),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는 2조2851억원(2008년말 기준)으로 81%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군인공제회가 직접 부동산 건설개발과 사업체에 투자한 자산을 포함하면 장기투자자산은 90%를 훌쩍 넘는다.

이같은 차입·사업 구조상 지난해 말과 같이 예상치 못한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심각한 자금 압박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금경색이 풀리고 금융·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서둘러 현금을 확보하는 이유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군인공제회가 '위기'까지는 아니어도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남사지구 유동화계획을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가 다시 시작하는가 하면 일부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지적의 근거다.

최근 매각한 화성 반월동 PF사업은 사업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원금만 회수했다. 8%안팎의 이자를 받긴 했지만 군인공제회의 평균적인 기대수익률인 10%에는 미치지 못해 기회비용을 잃었다. 한국캐피탈 매각도 처음 매각가는 3000억원대로 예상했지만 실제 본드와이즈에 매각을 진행한 가격은 1000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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