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는 잠들었지만···잠 못 이룬 봉하마을

봉하(김해)=김지민 기자, 사진=이명근 기자 2009.05.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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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서거 3일 째 봉하마을 이모저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지 3일 째 지나는 봉하마을의 밤은 무겁기만 하다. 평일 늦은 밤이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조문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사저까지 이어지는 도로 사이사이에는 불을 밝히는 촛불과 하얀색 국화가 엄숙하게 길을 밝히고 있다.
盧는 잠들었지만···잠 못 이룬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뵙고 출근하려고요"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멈출 줄 몰랐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인 오후 6시 정도부터 분향소를 찾는 애도객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났다.



울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현주(35)씨는 휴가를 얻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너무 충격이 커서 이렇게라도 노 전 대통령을 찾아뵙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 힐 것 같아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공 모(34)씨는 동료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아 "생전이나 지금이나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봉하마을 내 4곳에 설치된 '방명록' 작성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팬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방명록에는 "노무현, 당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대통령님, 이제는 편히 쉬세요", "큰 별 노무현이 지다" 등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무겁기만 한 사저주변
권양숙 여사가 머물고 있는 사저 주변은 줄지은 애도객들로 다소 번잡한 분위기를 띠는 분향소 부근과는 대조적으로 정적이 느껴졌다.

사저 입구 약 100미터 전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과 "저기가 노 전 대통령이 살던 곳이었지..."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띨 뿐이었다.


반면 분향소가 차려진 마당 한켠에서는 슬픔을 달래며 취기에 젖은 조문객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울림으로 가득했다. 전날까진 오열을 하며 실신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에는 양산 통도사에서 온 300여명의 스님들이 이곳을 찾았고 원불교에서도 100여명이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염불을 드린 후 돌아갔다.



◇'리틀 노무현' 유시민 "盧를 가슴에 묻는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유시민 전 보건복 지부 장관은 자신의 팬사이트에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편지를 띄웠다.

유 전 장관은 "시대가 짐 지은 운명을 거절 하지 않고 자기 자신 밖에는 가진 것이 없이 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 그가 떠났다"며 "내게는 영원한 대통령,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 그를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김정권 정태근 김성식 홍일표 고승덕 권택기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봉하마을 어귀에서부터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저지를 받아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인간 노무현'을 기억하며, 또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맞서고 기득권의 구조를 뚫기 위해 손해를 감수했던 당신의 '바보스러움'을 저는 기억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을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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